[르포]STX의 화룡점정..`다롄 생산기지`를 가다

윤종성 기자I 2011.05.02 06:00:04

3년 만에 확 바뀐 STX다롄 생산기지..본격 생산 궤도 진입
`한-중-유럽` 잇는 글로벌 생산벨트..강 회장 자신감의 발로

[다롄(중국)=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날씨는 쌀쌀했고, 바람은 매서웠다. 온도계는 영상 10도를 가리켰지만, 몸으로 감지되는 체감 기온은 0도가 채 안되는 느낌이다. 때마침 내린 누런 `황사비`는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지난달 29일 한국에서 비행기로 1시간을 날아가 도착한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遼寧省)의 다롄(大蓮)은 먹구름이 잔뜩 낀 찌뿌둥한 날씨였다.  
 
공항에서 다시 1시간 여 버스를 타고 도착한 `STX 다롄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다롄 생산기지)`. 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에 조선소가 멈춰있을 법도 한데, 15척에 달하는 선박 건조작업이 한창이다. 조선소 중앙에는 고개를 뒤로 젖혀야 끝을 볼 수 있는, 우월한 기럭지의 `골리앗 크레인`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900t급 골리앗 크레인이다. 아파트 30층이 넘는 100m 이상의 높이에 너비만 무려 225m다.
 
골리앗 크레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이번엔 길이 460m, 너비 135m, 높이 14.5m 규모의 세계 최대 `해양플랜트 전용 도크`가 눈에 들어온다. 장동식 STX다롄 생산기지 기술영업팀장(부장)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도 갖고 있지 못한 시설"이라고 추켜 세웠다.
 
도크에선 이란 IOC사로부터 수주한 부유식원유저장설비(FSU, Floating Storage Unit)가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FSU는 이미 선체작업을 모두 끝낸 채, 주조 작업 중이다. 장 부장은 "늦어도 3분기 안에는 선주사 측에 인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FSU는 이곳에서 지어지는 세번째 해양플랜트 설비. FSU의 건조가 완료된 뒤에는 4척의 VLOC와 드릴십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World Best STX`라고 쓰인 골리앗 크레인 옆에 FSU가 막바지 건조 작업 중이다. 이날 다롄은 추운 날씨에 매서운 바람이 불었지만, `다롄 생산기지`는 15척에 달하는 선박 건조에 한창이었다
 
◆허허벌판 갯벌이던 `다롄 생산기지`..3년 만에 확 바뀌었다
 
STX의 중국 생산 거점인 `STX다롄 생산기지`가 확 달라졌다.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총면적 550만㎡(약 170만평) 규모의 `다롄 생산기지`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에 갯벌이었던 곳. 하지만 지금은 선박건조 단계별로 배치된 공장들과 초대형광탄석운반선(VLOC), 부유식원유저장설비(FSU), 자동차운반선(PCTC) 등 대형 선박들이 줄줄이 건조 중인 글로벌 생산의 `핵심 축`으로 거듭났다. 
 
달라진 `다롄 생산기지`의 모습은 조선소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공장과 공장 사이의 비포장 도로는 어느새 깔끔하게 정돈된 아스팔트 도로로 바뀌었고, 기지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14층(지하1층, 지상13층)짜리 사무용 빌딩도 들어서 있다.
 
레미콘차량과 트럭, 굴삭기 등의 건설장비는 물론, 선박블록을 실어 나르는 트랜스 포터들은 쉴새 없이 조선소 곳곳을 누비고 있다. 조선소 한켠에선 총 330만㎡에 달하는 주거단지와 협력업체 입주단지 등 배후단지 조성 공사도 한창이다.
 
이제 `다롄 생산기지`는 하나의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같다. 선박용 강재를 실은 선박이 해안에 접안하면 이를 받아 강재 하역장 양쪽에 자리 잡은 선박·블록 제조공간과 해양 구조물 생산공간으로 나눠 보낸다.
 
그 뒤에는 또 기초 소재, 조선 기자재, 엔진조립 및 시운전을 하는 공장들이 배치돼 있다. `다롄 생산기지`는 생산성을 높힌 일관 생산체제를 바탕으로 오는 2012년에는 연간 선박블록 75만t, 선박용 엔진 180대, 선박건조 50척으로 생산량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STX 관계자는 "다롄 생산기지에선 주조와 단조 등 기초소재 가공에서부터 엔진핵심부품, 엔진 조립 및 블록 제조까지 선박 건조를 위한 모든 작업들이 가능하다"며 "일관생산체제를 갖춘 다롄 생산기지의 본격 가동은 조선분야 경쟁력 강화의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STX그룹은 STX다롄조선과 STX다롄중공유한공사, STX다롄해양중공유한공사 등 중국에 설립한 3개사를 모두 홍콩 증시에 상장해 유동성도 확보할 계획이다.
 
◆`한-중-유럽` 잇는 꿈의 생산벨트..강 회장 자신감의 `밑천`

STX그룹이 직접 건설한 첫 해외 조선소 `다롄 생산기지`가 출범 2년만에 본격 생산궤도에 오르고 있다. `다롄 생산기지`의 궤도 진입과 함께 한국과 중국, 유럽을 잇는 STX그룹의 `글로벌 생산벨트`도 영글어져 가는 모습이다.

기존 크루즈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는 STX유럽에 벌크선과 탱커선 등 범용 선박을 건조하는 `다롄 생산기지`가 더해지면서 최적의 선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기 때문이다.  
 
LNG선, VLCC 유조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대형 선박 건조와 함께 연구개발(R&D)에 집중하게 될 국내 진해 조선소와 더불어, 그야 말로 벌크선부터 고부가가치 대형선박, 해양플랜트, 크루선에 이르기까지 못 짓는 배가 없어진 것이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TX그룹이 이제 세계 8개국 18개 조선소 야드를 통해 모든 선종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겸비한 글로벌 종합 기업이 됐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것도 `글로벌 생산벨트`에 대한 기대감의 발로라는 평이다.  
 
STX그룹 관계자는 "다롄 생산기지의 본격 가동을 계기로 국내 진해·부산 조선소와 유럽 조선소를 연결하는 `글로벌 생산벨트`가 드디어 완성됐다"며 "다른 기업에서는 찾을 수 없는 STX만의 차별화된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세계 최고의 조선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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