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국내외 악재에 하락..다우 0.48%↓

피용익 기자I 2010.03.25 05:15:41

포르투갈 신용등급 강등에 재정위기 확산 우려
내구재주문·신규주택판매 예상치에 미달

[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뉴욕 증시가 24일(현지시간) 거래를 하락세로 마감했다.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미국 경제지표의 부진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치며 주가를 사흘만에 끌어내렸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52.68포인트(0.48%) 하락한 1만836.15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6.10포인트(0.67%) 내린 2399.14를,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6.45포인트(0.55%) 떨어진 1167.72를 각각 기록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출발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하면서 유로존의 재정 위기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특히 이로 인해 유로가 약세를 나타낸 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상품 가격을 압박, 주식시장에서는 에너지주와 원자재자 하락을 견인했다.

경제지표들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보여주며 느린 경제 회복세를 확인시켜줘 주식시장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개장 전 발표된 2월 내구재주문은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증가폭이 시장의 예상에 미달하며 악재로 작용했다.

장 중 공개된 2월 신규주택판매는 사상최저로 떨어지며 주요 지수의 낙폭을 확대시켰다. 전일 발표된 기존주택판매가 예상치를 상회했던 터라 신규주택판매 부진에 대한 실망감은 더욱 컸다.

다만 이날 신규 상장한 종목들이 최근의 강세장 분위기를 반영하며 큰 폭으로 올랐고, 유명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보베의 낙관적인 전망으로 은행주가 일제히 상승한 점은 주가의 추가 하락을 제한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도 대체로 오름세를 나타내며 주가를 지지했다.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가운데 22개가 하락한 번면 상승 종목은 8개에 그쳤다. 프록터앤갬블(P&G), 버라이즌, 머크가 가장 많이 떨어졌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듀퐁이 가장 많이 올랐다.

한편 국채는 5년물 입찰 부진을 반영하며 가격이 하락했다. 달러는 포르투갈 우려로 인해 강세를 나타냈다. 유가는 달러 강세에 배럴당 80달러 선으로 후퇴했다.

◇ 에너지주 내리고 은행주 올라

주가가 전반적인 하락세를 나타낸 가운데 달러 강세 여파로 인해 에너지주와 원자재주가 큰 폭으로 밀렸다. 알코아가 1.24%, 셰브론이 1.12%, 엑슨모빌이 0.67% 각각 하락했다.

은행주는 리처드 보베 로치데일증권 애널리스트가 주요 은행들의 대출 손실 축소로 인해 주가가 향후 2~3년 후 4배 이상 뛸 것이라고 전망한 데 힘입어 일제히 상승했다.

BoA가 2.57% 오른 것을 비롯해 JP모간이 0.81%, 씨티그룹이 0.48% 올랐다. MF글로벌은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인 존 코자인 전 뉴저지 주지사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효과로 10.38% 치솟았다.

신규 상장 종목들도 일제히 급등세를 나타냈다. 브로드밴드칩 제조업체인 맥스리니어가 33.57% 올랐고, 통신장비 업체인 캘릭스네트웍스는 16.15%, 퍼스트인터스테이트뱅크시스템은 8.69% 각각 올랐다.

실적 발표 기업들의 주가는 다소 엇갈렸다.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시스템스는 순이익과 매출이 모두 예상치를 넘어선 영향으로 3.66% 상승했고, 주택건설 업체 리니어는 손실 감소를 호재로 4% 가까이 뛰었다. 반면 제너럴밀스는 실적 실망에 2% 가까이 밀렸다.

이밖에 스타벅스는 주당 10센트 배당 결정에도 불구하고 0.47% 하락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는 번스타인의 목표주가 상향에 0.65% 올랐고, 보잉은 국방부가 F-18 전투기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0.19% 상승했다.

◇ 포르투갈 국가신용등급 강등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조정하고,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피치는 신용등급 하향의 이유에 대해 포르투갈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성장세가 `AA` 등급의 기준에 현저히 미달한다고 설명했다.

더글라스 렌윅 피치 이사는 "대규모 재정 적자와 구조적인 취약성으로 인해 신용도가 낮아졌다"며 "포르투갈의 경제 회복세는 다른 15개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비해 약할 것으로 전망돼 중기적으로 재정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피치가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1월21일에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포르투갈의 등급을 `A+`로 낮춘 바 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GDP 대비 9.3%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이 비율을 8.3%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올해 GDP는 0.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느린 경제 회복세 확인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경제 회복세가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상무부에 따르면, 2월 내구재주문은 전월대비 0.5% 증가했다. 운송장비를 제외한 주문은 0.9% 늘었다.

제조업 활동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며, 전반적인 기업 경기의 체력을 보여주는 내구재주문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시장 예상치인 0.6% 증가에는 미치지 못하며 주식시장에 호재가 되지 못했다.

또 폭설과 실업으로 인해 2월 신규주택판매는 예상 밖으로 감소하며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주택판매는 2.2% 감소한 연율 30만8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며, 예상치인 31만5000건에도 못미친다.

반면 같은 기간 신규주택의 중간가격은 전년동월 대비 5.2% 상승한 22만5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7년 9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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