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를 압박해온 신용 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은행들이 대출 여건을 강화하면서 신용 위기가 서브프라임을 넘어 우량 대출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라임 모기지 시장은 물론 카드론과 오토론 등 다른 금융 부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경기후퇴(recession) 일로에 놓인 미국 경제가 더욱 위협 받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카드론·오토론 디폴트율도 상승
그러나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은행들이 대출 여건을 강화하면서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재무적인 압박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무디스 이코노미 닷컴의 마크 잔디는 "집값 붕괴로 (신용도에 상관없이) 모든 대출자들이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모기지은행연합회(MBA)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대금 납부일을 놓치거나 주택차압을 당한 프라임 모기지 대출자 비율은 4%에 육박했다. 이는 MBA가 지난 1998년 관련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모기지 시장 전체의 디폴트 및 주택차압률도 7.3%로 1979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모기지 뿐만이 아니다.
무디스 이코노미 닷컴에 따르면 주택담보 가계자금 대출(HEL, home equity lines)의 디폴트율 역시 지난해말 5.7%를 기록, 전년의 4.5%에서 크게 상승했다. 자동차 대출(auto loan)의 디폴트율도 전년도 6.1%에서 7.1%로 올랐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지난 1월 신용카드사들의 프라임 카드 손실 비율은 전년동기대비 1.1%포인트 상승한 5.4%에 이르렀다.
뮤추얼펀드사인 아메리칸 센츄리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키건 매니저는 "서브프라임 위기는 전체 문제의 한 증상일 뿐"이라며 "진정한 문제는 대출과 신용의 거품이 붕괴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금리인하·경기부양책 효과 `글쎄`
이코노미스트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에도 이같은 대출 부실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 여건을 강화하고 있는데다 미국 대부분의 가계가 세금 환급만으로는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등지와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중서부 지역 가계들의 재정적인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