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시장이 `상당 기간(considerable period)`이라는 말에 신경쓰는 사이, 그린스펀은 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문의 다른 부분을 대폭 뜯어 고쳤다. 인심쓰듯이 `상당 기간`이라는 말은 그대로 뒀지만, 월가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우는 1만선을 잠깐 둘러보고 내려온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하락 반전했고, 나스닥은 2% 이상 급락했다. 채권 투자자들도 FOMC 성명서 곳곳에 숨어있는 `금리인상 신호`에 깜짝 놀라며 국채를 내다팔았다.
◇디플레 끝(?)
이번 FOMC 성명서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바람직하지 않은 인플레의 하락` 즉,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인플레이션 가능성과 거의 같아졌다는 표현이다.(The probability of an unwelcome fall in inflation has diminished in recent months and now appears almost equal to that of a rise in inflation.)
그린스펀이 저금리 정책을 수행하면서 근거로 내세웠던 것 중 하나가 디플레 위협이었다. FOMC가 디플레와 인플레를 동등하게 보라보게 됐다는 것은 "이제는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FOMC 성명서에는 또 `생산이 활발하게 확장되고 있다(output is expanding briskly)`, `노동시장이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the labor market appears to be improving modestly)`는 등의 새로운 표현이 등장했다.
인플레이션이 낮은 상태이고, 상당 기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이 그대로 남아있지만 시장참가자들은 새로운 표현들에 더욱 무게를 뒀다.
◇주식에 호재, 채권에 악재
FOMC의 새로운 표현들은 채권시장에는 악재로 해석될 만하다. 특히 디플레 위협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연준리의 인식은 `상당 기간`이라는 수사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공포감을 유발시키고 있다.
메릴린치의 마이클 월쉬는 "이는 `상당 기간`이라는 표현을 제거하기 위해 첫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곧바로 `상당 기간`이라는 말을 없애면 시장 충격이 클 것을 우려, `숨돌릴 시간`을 남겨뒀다는 뜻이다.
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에도 좋을 것이 없지만, FOMC 발표문의 표현들은 주식 투자에 호재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FOMC 성명서는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가 가속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FOMC 발표문에서 노동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했던 것이 이번에는 `완만하지만 개선되고 있다`로 진전된 것이 대표적.
맥도날드인베스트먼트의 존 칼드웰은 "생산이 활발하다거나, 노동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는 연준리의 지적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암시"이라고 말했다.
◇다우 1만선의 벽
문제는 벨류에이션이다. 이날도 다우는 1만선을 상향 돌파한 후 한참을 주춤거렸고, FOMC 성명서가 나온 직후 하락 반전했다. 발표문 속에 숨어있는 호재를 알아보기 전에 경계매물과 이익실현 심리가 더 강했던 것.
지난 3월 이후 다우는 1만선까지 큰 저항없이 달려왔다. 이제 1만선 앞에서 2003년 주식시장이 마감되려하고 있고, 연준리도 금리인상의 칼을 다시 꺼내들 준비를 하고 있다.
다우가 1만선 앞에서 얼마나 시간을 지체하느냐가 향후 월가의 투자심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