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상부 구조인 정치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면 경제 정책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경제도 흔들리게 된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례가 그러하다. 탄핵 소추가 의회에서 의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결정이 나오는 약 3개월 동안 소비심리와 실제 소비가 급격하게 악화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같은 경로를 걸을 것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소비자심리지수(Composite Consumer Sentiment Index, CCSI)는 지난 11월 100.7에서 12월에 88.4로 급락했다. 이는 2022년 11월(86.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란 한국은행의 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지표로 이는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종합적인 인식을 나타내준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작을 경우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주관적인 기대심리가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이번 소비자심리지수는 한국은행이 전국 도시 거주 약 2500가구(응답 2271가구)에 대해 이달 10일부터 17일까지 조사한 것인데 12월 3일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이어진 14일의 국회 탄핵안 의결 시기를 포함한다. 정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경제에 영향을 미쳤는가를 단적으로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모든 사람들이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볼 때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려 노력했다. 그러나 2024년 2분기부터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는 가운데 하반기에 들어 수출 경기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이어지는 미국의 정권 교체와 예상치 못한 국내 탄핵 정국의 전개 과정을 보면서 2025년 한국 경제가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최근의 정치 불확실성이 얼마나 더 지속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과거의 예를 볼 때 통상 3개월 정도의 혼란으로 끝났지만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어찌됐건 2025년은 위기 국면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추경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도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재정은 일단 감액 예산이지만 상반기 재정 집행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추경은 그다음 순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정 지출이 확대되는 시기에 금리 인하가 같이 가주는 것이다. 그래야 경기 진작 효과가 극대화한다. 통화 당국도 지금처럼 설레발 치지 말고 재정정책은 재정 당국에 맡기고 자신의 주된 임무인 통화정책의 기준이 미 연준(FED)인지 아니면 한국 경제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그래도 한국 경제가 이 위기를 잘 극복하리라는 일말의 희망은 가져본다. 항상 우리는 위기를 잘 극복해왔다. 이번에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어떻게든 세상은 굴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경제연구원에 근무하면서 세 번이나 탄핵정국을 보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한 직장을 다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