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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장중 1453.1원까지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3월 이후 15년 9개월 만에 1450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환율이 지난 9월 말 이후 꾸준히 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초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트레이드’가 환율을 끌어 올리기 시작한 후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환율은 1400원선을 뚫었다. 이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야간장에서는 단숨에 1440원선을 깼다.
한번 천장을 높인 환율은 당국의 미세조정에도 계속 위로만 향하고 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데다 국내 정치 리스크와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상호 작용을 하면서 시장 심리가 급격히 약해진 탓이다. 외환 당국이 국민연금공단과 외환 스와프 연장 및 규모 확대, 시중은행의 외환 유입 한도 확대 등 수급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지난 20일 환율은 1451.4원(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외환 당국의 조치가 장기적으로 수급 개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단기적으로 환율이 ‘달러인덱스’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와 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FOMC 회의 결과를 반영하며 달러인덱스는 108선까지 급등했다. 달러인덱스가 장중 108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2년 11월 ‘갓달러’ 시절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당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6월부터 11월까지 4회 연속 정책금리를 75bp(1bp= 0.01%포인트)씩 가파르게 올리던 시기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내년 1분기까지 봤을 때 상단을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가 상승 속도를 줄일 수 있겠으나, 현재로선 수급적으로 원화가 강세로 갈만한 요인이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