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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범법ㆍ비리 연루자 감싸는 법조카르텔...사법정의 맞나

논설 위원I 2023.08.04 05:00:00
2016년 성매수를 하다 적발된 한 부장판사는 감봉 3개월 징계 후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2017년 지하철에서 여성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된 B 판사는 감봉 4개월 징계 후 약식기소로 벌금 300만원 처벌로 마무리됐다. 이들은 이후 퇴직해 대한변협의 변호사 개업 등록을 거뜬히 통과하고 대형 로펌에 영입됐다. 법관, 검찰, 변협, 로펌 간 법조 카르텔이 작동하는 전형적 방식이다.

‘재판거래’ 의혹 당사자인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도 유사하다. 그는 대법관 재임 중이던 2020년 7월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을 주도했다. 그 무렵 대장동 사건 핵심 피고인 김만배씨가 그의 사무실을 8차례나 찾았고, 그는 그해 9월 대법관 퇴임 직후 김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영입돼 억대의 보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뇌물수수,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대한변협의 변호사 심사를 통과하고 최근 개업했다.

이권 부패 카르텔이 가장 뿌리깊게 만연한 곳이 법조계라는 세평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전관예우 관행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범법이나 비리를 저지른 법관들에 대해서까지 끼리끼리 문화로 감싸주는 곳이 이들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를 타파할 첫걸음은 법관 징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일 것이다. 일반 공무원들이 직무 태만이나 품위손상의 경우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받는 것과 달리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법관들에 대한 징계수준은 정직 감봉 견책 등 3가지로만 규정돼 있을 뿐이다.

범법 행위나 비리에 연루된 법관들이 솜방망이 징계만 받은 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고액 연봉의 변호사로 행세한다는 건 비정상적이다. 영국, 독일 등 선진국처럼 법관들에 대해서도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법관징계법 개정을 통해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한 법관에 대해선 면직할 수 있도록 하고 징계 심의 내용도 투명히 공개할 일이다. 일부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이미 발의했거나 발의할 예정이지만 변호사 출신이 대부분인 국회 법사위에서 그들 역시 한통속이라는 질타를 받지 않으려면 더욱 적극적으로 심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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