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기관인 국회에서 국민 편익을 내세워 발의한 일부 법안이 오히려 국민 일상생활을 해치는 규제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역대 국회를 거치며 의원 입법 건수가 매번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많이 쏟아지면서,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야기하고 각종 규제로 산업계를 멍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입법권 남용을 막기 위해 사전 통제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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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의원입법 폭주를 통한 무분별한 규제 신설 및 강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전에 입법안에 대한 입법영향분석을 도입하는 국회법 개정안 논의가 여야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21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20여 년간 의원입법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이른바 기존 법을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 법안’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국회에도 임의평가제도라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강행 규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규제 법안에는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업체를 상대로 정부 등 공공사업 입찰을 금지하는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과 대형마트 영업제한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월 2회 의무휴업을 비롯해 온라인 판매·영업시간을 제한한 법이 지난 10년간 마이너스 성장의 직격탄”이라며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것이 법안 취지였지만 오히려 마트 주변 집객효과가 떨어져 골목시장도 같이 침체되고, 국내 진출한 외국계 대형마트의 배만 불려주게 됐다”고 푸념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입법영향분석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발의돼 있지만 해당 상임위인 운영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국회 운영위원장이자 개정안을 발의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입법 과정에서 규제관리를 위한 검토절차가 없어 국회를 통과한 법이 산업계나 가계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제 1년도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중론을 모아 관련법을 통과, 입법품질 제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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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입법이 국민의 자유와 재산권을 제약하고, 행정·재정적 부담을 야기하고 있다는 정치권 내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대 국회에서 규제를 신설 및 강화하는 의원입법은 3924건에 달한다. 21대 국회에서는 올 7월 현재 1624건에 이른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최근 의원발의 법안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법안 심사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폐기되는 법안도 많아졌다”며 “입법에 따른 규제만 따질 것이 아니라 규제 완화에 따른 풍선효과로 사회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모두 포함해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입법영향분석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기관은 국회입법조사처다. 이 기관은 최근 입법영향분석 제도의 도입을 위한 실행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입법영향분석사업단을 출범했다. 이미 지난 10여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고 정책 연구용역을 진행한 만큼 앞으로 시범보고·사후보고·제도설계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법안 발의건수가 아닌 실제 법안 통과건수를 높여 입법품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할 때 이해당사자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볼 수 있도록 반드시 일정 기준 이상의 공청회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사후적으로도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 항목에 법안 발의건수가 아닌 발의 법안 중 실제 통과된 법안 비중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추계심사를 받지 않는 규제 법안도 사전에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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