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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했던 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기로 결정하며 고입 대비 학원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고교학점제로 인해 선택과목에 성취평가(절대평가)가 도입되며 중학교 2학년 이하 학생들의 자사고·외고·국제고에 대한 선호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이같은 조치 결정이 사교육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와 상충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설명회 만석’ 고입대비 학원 ‘성황’
이날 서울 목동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최근 3~4곳의 자사고·특목고 관련 입시설명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목동뿐만 아니라 대치 등 유명 자사고·특목고 학원 설명회에 다니고 있었다. 학원들은 자사고를 ‘의대로 가는 길’로 설명하며 홍보하고 있었다. 초6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모(43)씨는 “의대를 목표로 공부시키고 있는데 자사고에 가는게 아무래도 유리할 것 같아 알아보고 있다”며 “상산고나 하나고를 목표로 공부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이씨가 최근 등록하기로 결정한 학원은 자사고·특목고 대비반을 운영한다. 해당 학원은 수학·독서 등의 수업을 진행하며 주2회 기준 60만원이다. 여기에 교재비·여름방학 특강까지 듣는다면 100만원 가까운 지출이 생긴다. 이씨는 “여기에 영어 학원까지 보내면 학원비로 월 150만원 가까운 돈을 쓰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학원들은 고교학점제에 맞는 학교의 형태는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이라며 고입을 위한 사교육을 적극 권장했다. 한 학원 강사는 설명회를 통해 “고교학점제로 인해 결국 내신은 변별력을 잃게될 것”이라며 “결국 자사고·특목고에 진학해서 학생부전형이나 수능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학원의 경우 자사고·특목고 고입에 맞춘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있다”며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빠르게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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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교육계에서는 자사고·외고 존치가 현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과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22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는 중학생은 월 평균 69만6000원을 지출해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 월 평균 사교육비(41만5000원)보다 높았다.
게다가 선택과목을 절대평가 방식인 ‘성취평가제’로 성적을 매기는 고교학점제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며 자사고·외고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상대평가는 학생들의 자사고·외고 진학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였다. 상위권 학생들이 모이는 자사고·외고 특성상 내신 성적을 따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고교학점제가 도입될 경우 고1때 배우는 공통과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택과목은 모두 절대평가(성취평가제)로 이뤄지며 내신 부담이 다소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부담 저하가 결국 자사고·외고 도전으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고입을 위한 사교육비가 증가한다는 지적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그간 내신 부담이 자사고·외고 진학을 가로막았던 요인 중에 하나였는데 안 갈 이유가 사라진다면 경쟁률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며 “지금의 경쟁률보다 폭발적으로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지역단위 자사고 24곳의 경쟁률은 1.2대 1로 나타났는데 이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임 대표의 주장이다.
교육부는 자사고 지역인재 선발 의무화 추진과 그간 사교육 억제를 위해 진행했던 후기 학생 선발·자기주도 학습 전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해 공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높여 나갈 예정”이라며 “전국단위 모집 자사고 정원 20% 이상을 지역 인재로 선발하고 그간 효과가 있었던 후기 학생 선발·자기주도 학습 전형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후기 학생 선발은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학생을 뽑는 방식이며 자기주도학습전형은 내신·면접에 기반해 학습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