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올 상반기까지 마치려던 CP 발행을 위한 정관 변경을 잠시 멈췄다. 외부자금 조달 관련 의결 절차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운영위원회 의결사항으로 명시하려는 내용의 개정 작업이었다. CP는 단기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이 발행하는 것으로 발행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투자 여부와 발행조건이 결정된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지난해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서 여러 옵션을 두고 진행했던 사안인데, 지금 상황이 나아진 만큼 상급기관에서도 지켜보는 듯하다”며 “현재 교육부 승인 대기 중이며, 승인 예정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행정공제회도 지난해 말 처음으로 국내 3사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단기 신용등급 최고등급인 ‘A1’을 받아놨는데, 아직 CP 발행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공제회는 지난달 말 CP 신용등급 만료에 따라 최근 A1 등급을 다시 부여받은 상태다.
김성진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총 가입 가능 회원기반 대비 95% 이상의 높은 회원가입률이 유지되고 있고, 높은 회원지급률과 이자소득 등에 대한 세제혜택과 경조금 지급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앞으로도 회원기반은 안정적인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며 “간접투자 방식의 고수익 대체투자 비중 확대와 판교 개발 프로젝트의 우수한 성과로 2017년 이후 운용수익률이 대체로 개선됐으며, 최근 3개년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이 2.5%에 이르는 등 우수한 수익성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부동산 및 인프라 등 대체투자 비중이 운용자산의 70% 이상으로 증가한 점, 퇴직급여율 상승 등으로 조달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이익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이자율 내리고 유동성 회복…신규 딜 물색
그동안 군인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를 제외한 대부분 국내 주요 공제회들은 자금 확보 수단으로 CP를 활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5~6%대까지 치솟으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가뜩이나 시장 상황도 어려운데 회원들 자금이 시중은행 정기예금으로 빠져나가자 공제회들이 한 박자 늦게 급여율을 올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급여율 인상에 따라 회원들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유동성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상황이 반전됐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다시 3%대로 뚝 떨어지면서 공제회들도 서서히 이자율을 내리는 분위기다. 연초 이후 교직원공제회·행정공제회·과학기술인공제회·군인공제회·경찰공제회 등 대다수 공제회가 이미 수차례 급여율을 인하했다. 특히 시중금리 변동성이 늦게 반영되면서 시중금리 인하기엔 공제회 이자율이 시중은행 이자율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특징이 있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지난해는 시중은행 금리가 높아서 회원들이 거기로 다 빠져나가다 보니 공제회 이자율 올리기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공제회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 오히려 자금이 남아 도는 상황이라 신규 투자를 고민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다만, 군인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매년 정기적으로 신용등급을 받아두고 있다. 두 곳 모두 행정공제회와 마찬가지로 신용평가사로부터 A1 등급을 부여받았다.
정호준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과학기술인공제회는 2021년까진 ROA 2~4%, 자산운용수익률 6~8% 수준으로 전반적인 수익성이 양호했으나, 작년에는 퇴직연금 및 목돈급여 상품 관련 역마진과 금융투자손실에 의해 마이너스(-) 96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해 종합적으로 자산운용 성과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정 애널리스트는 “하지만 올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년 대비 완화되고, 금리 안정 및 하락 기대가 형성되면서 채권가격이 회복함에 따라 투자수익률이 개선됐다”며 “주식시장 회복으로 주식과 멀티에셋 수익률도 반등하는 등 올 1분기 순이익은 88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으며, 제공금리를 점진적으로 하향조정하면서 자산 성장을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