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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의원(67)은 국책금융기관인 한국산업은행 퇴직 후 새정치국민회의를 통해 정치권에 입문, 광주 광산구갑을 지역구로 17~20대 국회(2004~2020년)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4선(選) 정치인이다. 호남 기반의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이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을 앞두고 정치적 안배를 고려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전은 2014년 본사를 전남 나주시의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이전했다.
한전 안팎에선 김 전 의원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김 전 의원은 2021년 말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 선언을 했고, 지난해 3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합류하며 현 정부와 인연을 맺었다. 여당 내부에선 야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반대하는 기류도 감지되지만, 대통령실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서도 호남 출신 정치인의 한전 사장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김종석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이번 공모에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한전이 1961년 출범 후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 사장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역대 21명의 한전 사장은 대부분 산업관료이거나 기업인이었다. 직전 정승일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출신이었고, 김종갑 사장은 산업부 1차관을 거쳐 하이닉스·지멘스 대표이사를 지낸 관료 출신 기업인이었다. 한전 3대 사장(1970~1971년) 출신의 김일환씨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그는 한전 사장 임기가 끝난 뒤 정치권에 뛰어든 케이스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에너지 공기업 사장에 정치인 출신이 자주 발탁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가스공사 사장에는 최연혜 전 의원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는 정용기 전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전문성 없는 인사를 발탁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기존 조직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공공 부문을 개혁하려면 추진력 강한 외부 인사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반영한 모습이다.
한전 신임 사장은 3년 임기 동안 글로벌 에너지 위기 여파로 지난 2년간 45조원 가량 쌓인 한전의 누적 적자를 해소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전을 비롯한 전력산업계의 전기요금의 인상 요구와 이를 억제하려는 정치권의 압력을 ‘중재’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정승일 전 사장은 이 같은 양측의 압력 끝에 임기를 1년 남겨둔 채 지난 5월18일 조기 사임했다. 현재는 이정복 한전 경영관리 부사장이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차기 사장의 윤곽은 이르면 올 8월께 드러날 예정이다. 한전 임추위는 이번 공모에 참여한 사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서류·면접심사를 진행해 2명 이상의 후보를 추려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추천한다. 공운위의 심의·의결을 거친 최종 후보자는 산업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정식 취임한다. 이 같은 절차에는 통상 45~60일가량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