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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국내외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에서 특허전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국내에는 특허법·공정거래법·국제법 등 여러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는 극히 부족하다. 전쟁으로 치면 현대전을 치를 준비가 크게 부족한 것이다. 민관이 힘을 합쳐 관련 전문가 양성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 4월 대법원은 의미있는 판결을 내렸다. 다국적 통신업체인 퀄컴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에게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1조 300억원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를 대리해 승소를 이끈 최승재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연수원 29기)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적으로는 퀄컴의 횡포를 막아 휴대폰을 포함한 통신시장 등 산업 기본질서를 유지시켜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쉽게 말해 퀄컴이 보유한 특허를 무기로 시장의 다른 경쟁자들에게 억제해왔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 사내 변호사로 일한 것은 물론 삼성·애플 소송에서 애플측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한 전문가다.
공정위와 다국적 통신업체인 퀄컴의 소송은 그야말로 세기의 재판이었다. 1조원대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 규모는 물론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경쟁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웠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최종 결론까지 무려 7년이 걸렸다. 핵심 쟁점은 표준필수특허를 이용한 갑질 논란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퀄컴이 이동통신 기술에 대한 표준필수특허(SEP)를 취득한 후 특허 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SEP를 차별 없이 제공하겠다는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확약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역대 최대인 1조 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퀄컴 측은 2017년 공정위 명령에 반발해 소송전에 돌입했다.
사실상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승리로 이끈 최 변호사의 시선은 더 먼 곳을 향해 있었다. 이번 승소에 만족하기보다는 향후 표준기술특허 논란에 대비한 국가적 차원의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필수특허를 둘러싼 분쟁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