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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근원물가인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도 유사하다. 지난 10월 2009년 2월(5.2%) 이후 1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전년동월대비 4.8%까지 치솟은 데 이어 11월에도 같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지난 3월 3%대로 올라선 뒤 8월 잠시 주춤하는 듯 했으나 이후 다시 우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근원물가란 변동성이 큰 석유류 또는 농축수산물을 제외한 것으로, 일시적인 경제상황보다는 기초 경제여건이 중요하다. 흔히 인플레이션을 판단하는 지표로도 많이 활용된다. 금리를 결정하는 통화당국의 경우 외부 영향이 심한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이 모두 반영된 소비자물가지수만을 기준으로 하면 통화정책에 혼란이 클 수 있어 근원물가를 참고한다.
실제 1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대비 5.0%로 전월(5.7%) 대비 크게 상승폭이 둔화한 데는 변동성이 큰 채솟값 영향이 컸다. 지난해는 10월부터 한파특보가 발효되고 배추 무름병이 퍼지는 등 채소류 가격이 크게 뛰었다. 이 때문에 11월 농산물은 전년동월대비 오히려 2.0% 하락했고, 직전 10월 대비로는 13.7%나 떨어졌다.
결국 기조적 물가 흐름인 근원물가 상승폭이 둔화되지 않는다면 변동성 및 비중이 높은 석유류나 농산물 등의 품목이 급등할 경우 언제든 다시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물가가 7월 정점 이후 상승폭이 둔화한 데는 6월 113달러(배럴당)까지 치솟은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11월 86달러까지 하락한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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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부교수는 “근원물가가 잡히지 않은 것은 아직 통화정책의 효과가 덜 나타나고 있는 데다 정부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엇박자가 겹쳤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8월부터 금리를 올렸으면 지금쯤 효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근원물가가 잡혔다는 시그널이 없다”며 “이 경우 한국은행이 최종금리 수준와 인상속도를 상향해 재조정할 필요성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는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의 후행 지표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리가 많이 올랐으니 시차를 두고 근원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근원물가도 곧 내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