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관저 첫 손님의 의미[통실호외]

박태진 기자I 2022.11.19 07:00:00

尹, 빈 살만에 거실까지 열어 150분 환대
대통령실 “각별한 예우”…尹 “정상 개인공간 별도 의미”
사실상 영빈관 활용…韓 총리 마중도 나가
양국 26개 MOU로 40조 잭팟…제2의 중동봄 기대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부터 한 주 동안 숨가쁜 외교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지난 17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로 알려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의 만남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입주한 지 열흘된 한남동 관저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 부부가 지난 7일 입주한 한남동 관저에서 처음 맞이한 해외 정상급 인사다. 이에 대통령실은 각별한 예우를 갖추기 위해 회담 및 환담, 오찬 장소를 관저로 정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尹 “굉장히 기분 좋은 분위기”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간 17일 회담과 오찬은 용산 대통령실이 아닌 한남동 관저에서 2시간30분 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낮 한남동 관저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확대 회담(고위급 회담) 및 단독 환담을 하고, 곧바로 왕세자 일행을 맞이하는 공식 오찬도 주재했다.

기존 청와대 영빈관을 일반 국민에게 개방하고 이를 대체할 시설을 미처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관저를 사실상 영빈관으로 사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전속 사진을 통해 이날 처음 내부가 공개된 관저는 화이트톤으로 깔끔하게 리모델링을 마친 모습이었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금색 봉황으로 장식된 현관이 눈에 띄었다.

한남동 관저는 윤 대통령 부부가 거주하는 주거동이 160평, 리셉션장·연회장 등을 갖춘 업무동이 260평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40여분 간 진행된 확대 회담은 리셉션장에서,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가 통역만 대동한 단독 환담은 40여분간 거실 및 정원에서 진행됐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에게 관저 거실까지 열어주며 150분간 환대를 한 것이다.

김 수석은 “빈 살만 왕세자는 오늘 첫 만남이 대통령과 가족의 진심이 머무는 곳에서 이뤄지는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어진 오찬은 1시간 10분간 진행됐으며, 참석자들은 할랄 방식으로 조리한 한식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회담과 오찬에 배석하지는 않았지만, 흰색 투피스 정장 차림으로 잠시 나와 빈 살만 왕세자와 인사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윤 대통령 안내를 받아 관저 밖으로 나설 때는 붉은 카페트가 깔린 이동로 양 옆으로 국군 의장대가 도열해 경례 자세를 취했다.

관저 회담에는 옛 외교부 장관 공관이었던 한남동 관저 리모델링이 최근에서야 완료된 배경도 있지만, 대통령 부부 거주공간이기도 한 관저로 초대해 환대와 정성을 보여준 것으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도 18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을 관저에서 진행한 데 대해 “관저가 지은 지 54년 됐다. 리모델링 인테리어를 했지만, 외빈을 모시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도 “나름대로 국가 정상의 개인적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 별도 의미가 있기에 어제 굉장히 기분 좋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외빈 접견 때 관저를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이번 회담은) 용산 청사와 관저 2곳을 놓고 협의한 데 따른 것”이라며 “다음 정상회담은 상대측과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사우디는 우리나라에 경제·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협력 파트너국”이라며 “외빈에 각별한 예우를 갖추고자 하는 대통령 부부의 뜻을 반영해 회담장이 전격 결정됐다”고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도 대통령 가족의 진심이 머무는 곳에서 회담이 이뤄져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17일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과 환담 오찬 일정을 마친 뒤 윤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관저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빈급 대우…“대규모 투자 영향”

관저 회담이 열린 데는 사우디 측 극도의 보안 요구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봉산 자락에 있는 한남동 관저에 비해 용산 대통령실은 왕래하는 인원이 많고 주요 인사의 동선이 더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 부부가 관저까지 열어 빈 살만 왕세자를 환대한 것은 그만큼 사우디가 우리에게 중요한 파트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날(17일) 새벽 한국에 도착한 빈 살만 왕세자를 맞이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공항에 나간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방한은 공식 방한이지만 국빈급 대우 못지 않았다.

빈 살만 왕세자가 3년 5개월 전인 2019년 6월 방한했을 당시에도 우리 정부에선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맞이했다.

그렇다면 빈 살만 왕세자는 왜 국빈급 대접을 받을까.

그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남자’, ‘모든 게 가능한 남자’라는 의미에서 ‘미스터 에브리싱’이라고 불릴 만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의 키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의 숙원 사업인 5000억 달러(약 662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개발에 우리나라 기업들도 대거 참여한다면 제2의 중동붐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 재계가 약 300억 달러(40조1850억원)의 투자 잭팟을 터뜨렸다. 양국 기업 및 정부 간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가 체결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국빈급 대우에 대해 “아무래도 전세계가 주목하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라는 점이 반영됐다”며 “그것 외에 무엇이 중요하겠는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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