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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 같은 임금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데는 최근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화하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6%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치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망 차질 장기화에 따라 석유류 가격이 39.6% 뛰었고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9.6% 올랐다.
이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 경영계는 임금 상승이 기업에 또 다른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임금은 한 번 오르면 내려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는 다른 인상요인보다 더 문제”라면서 “위기 대응 능력과 투자 여력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인상은 큰 부담”이라고 언급했다.
노동계는 임금 억제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을 동결시키면 실제로는 마이너스가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져 나온다.
한 대기업 직원은 “월급이 올라도 소득세는 사실상 인상되고, 청년들은 이전보다 먹고 살기가 더 힘든데 정부에서는 민간소비를 줄이는 식으로 해결하려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기업 직원은 “구성원들이 노력으로 성취를 강제로 빼앗는다면 아무도 노력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강행하겠다면 공직자와 공기업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측에서도 정부의 임금인상 자제 요청에 반발하고 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최근 물가 인상률도 높고 공공요금부터 안 오른 게 없는데 임금을 인상하지 말라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시장경제나 자유주의를 강조하는 이번 정부에서 임금 인상 자제를 얘기하는 것은 정부 정체성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 격차 문제가 심각한 건 맞지만 단순히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건 결국 기업의 배당금이나 늘리는 것으로 문제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해결 등으로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더 줄 수 있게끔 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