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경제인 약 20명의 특별사면복권을 그제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부처님 오신날인 다음달 8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특별사면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치유와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한 것이다. 문 대통령도 같은 날 “국민의 지지가 판단 기준”이라며 국민 공감대를 주요 고려 사항으로 제시해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인만 사면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최근의 시장 상황과 글로벌 환경은 역량 있는 기업인들의 발목을 계속 묶어 둘 만큼 한가롭지 못하다. 나라 경제가 코로나19 여파와 우크라이나 사태 및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으로 갈수록 엄혹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기업들은 총체적 위기가 닥칠 수 있다며 떨고 있다. 사면을 건의한 날에도 원·달러 환율은 1250원에 근접하며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코스피지수는 2% 가까이 급락해 2700선이 무너졌다. 위기 징후가 뚜렷해진 것이다.
기업 사정은 더 심각하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인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경우 이 부회장이 총 560일간의 수형 생활과 법원 출석을 반복하는 사이에 대형 투자와 M&A(합병·인수)가 멈추고 경쟁업체들의 추격과 견제 속에서 위기론이 급속 확산되고 있다. 주가가 6만원대로 추락한 것도 리더십 부재로 신성장 동력과 미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시장의 시각과 무관치 않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리더십 공백과 투자 전략 실패로 몰락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롯데그룹 역시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신 회장의 경영 활동 제약으로 부진에 빠져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업인들의 사법 족쇄를 풀어 이들이 투자·고용 확대로 위기 극복에 앞장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야의 충돌과 다툼으로 정국이 파행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경제인 사면은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으로 이끄는 낭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