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람차단청구권 신설도 징벌적 손해배상 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로 거론된다. 열람차단청구권은 언론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 인터넷신문사업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에 기사의 열람차단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기사삭제나 다름없는 강력한 제재수단이지만, 개정안이 명시한 열람차단의 요건은 현재 법원에서 인정하는 기사삭제의 요건보다 느슨해 문제로 지적된다. 공직자나 공적 인물, 거대 기업 등 언론의 감시와 견제 대상이 돼야 할 당사자들이 정당하고 공적인 언론보도에 ‘열람차단’을 우선 청구하는 등 전략적으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가짜뉴스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유튜브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표적으로 삼지 않고 팩트체크(사실 확인)와 게이트키핑(뉴스의 취사선택)이 시스템적으로 가능한 언론사에 칼날을 들이댄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를 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눈엣가시 같은 비판 언론을 선별적으로 침묵시키고 앵무새와 확성기 역할을 하는 어용 매체는 한껏 활용하겠다는 심보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유튜브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조차 몰라 빈축을 샀다. 충분한 논의없이 졸속 처리되고 있다는 걸 자인한 꼴이다.
민주당은 가짜뉴스로부터 국민 피해를 줄이려면 언론중재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8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압도적인 여당 의석 수를 고려하면 본회의 통과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짜 뉴스에 따른 피해 구제는 구실일 뿐,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숙원인 일부 보수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이 법이 파생할 폐해는 너무 크다. 소송을 우려한 기자들의 자기검열, 권력자에 대한 감시 기능 약화, 비리 당사자들의 여론 호도 등 부작용이 인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개정안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한국 정부는 최악의 권위주의 정권이 될 것”이라는 세계신문협회의 경고를 민주당은 새겨들어야 한다. 언론에 물린 재갈은 결국 민주주의 근본을 위협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되고, 역사는 ‘최악의 언론 탄압’, ‘거대 여당의 입법 폭거’로 이번 사태를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