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8일 한진과 ‘플랫폼 기반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카카오모빌리티와 한진은 지난달 말 카카오T 앱에서 택배 베타서비스(시험운영)를 시작했다. 배송 신청부터 결제, 배송 확인까지 카카오T에서 모두 가능하다. 실제 배송은 한진 소속 택배기사가 맡는다. 비용은 20㎏ 이하의 소화물 배달이 4000원 단일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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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카카오T 이용자는 2800만명, 기업회원은 3만곳이다. 카카오의 자회사를 넘어 모빌리티 분야에서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기업가치는 최소 4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카카오T의 높은 접근성을 고려하면 한진도 이번 협력으로 점유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한진은 10%대인 점유율을 2023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택배시장 절대강자인 CJ대한통운(점유율 50% 이상)에 이은 확고한 2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다. 현재는 마찬가지로 10%대 점유율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한진은 카카오T 플랫폼 기반 택배서비스 론칭을 계기로 카카오와 협력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생각이다. 이는 CJ대한통운이 네이버와 지난 6월 경기 군포에 e-풀필먼트 센터를 마련하는 등 물류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CJ대한통운의 군포 e-풀필먼트 센터에는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물류 수요 예측 인공지능(AI)인 ‘클로바 포캐스트’를 적용했고 물류 작업 처리를 돕기 위한 무인 이동 로봇 등도 배치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카카오모빌리티와 한진도 미래사업 영역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양사는 △자율주행 기술 기반 택배차량 인프라 및 시스템 개발 △택배 데이터 및 AI 기술을 활용한 택배 운송 관리 시스템 구축 △무인 로봇을 활용한 건물 내 배송 구현 방안 등을 공동 추진한다.
CJ대한통운처럼 한진에도 카카오의 첨단 IT기술이 접목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양사 협약식에는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도 자리했다. 한진 오너 일가 역시 카카오와 협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네이버-CJ대한통운과 같은 끈끈한 관계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카카오는 지난 2019년 말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팔아치운 바 있다. 이에 대해 남매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발을 뺐다는 해석이 나왔다. 오히려 네이버가 지난해 말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다.
한편 카카오 계열 핀테크기업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9년 6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제휴해 개인 택배 시장에 먼저 진출한 바 있어 계열사 간 ‘선의의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택배비도 4000원으로 완전히 같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각자의 플랫폼에서 따로 택배서비스를 전개 중”이라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에서 한진으로)제휴사 변경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카카오페이의 배송 서비스는 롯데 계열 세븐일레븐을 낀 편의점택배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계열 전자상거래 카카오커머스는 아직 별도 배송 위탁업체를 두고 있진 않다. 입점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배송 등 물류 인프라를 해결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을 필두로 아워박스, 위킵, 파스토, 품고, 딜리버드, 셀피 등이 참여하는 ‘풀필먼트 얼라이언스(상품 보관·포장, 출하, 배송 등 일괄 처리하는 연합체)’를 결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