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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2021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향후 계획에 담은 문구다. 쿠팡 김범석 의장의 특혜 논란으로 불거진 동일인(총수) 지정제의 제도개선에 가려지긴 했지만, 공정위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에 ‘효과적 규제 집행’이라는 단어를 진한 글씨체로 강조해 담았다. 그간 ‘공정하고 엄정한 법집행’, ‘사각지대 최소화’라는 메시지를 줄곧 써왔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1987년 재벌규제가 처음 시작됐을 때 애초 공정위는 자산기준 상위 30대 그룹에 대해서만 감시를 했다. 그러다 공정위가 관리하는 기업집단은 2010년 53개로 확대됐고, 올해는 71개를 기록했다. 애초 제도 설계를 했을 때에 비해 감시기업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국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기업 자산도 늘어나는 당연한 모습이지만 규제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게 아닐 수 있다. 공정위가 71개 기업집단을 늘 현미경으로 감시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일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억제를 막기 위한 규제 도입 취지에도 어긋난다. 자산 457조원인 삼성그룹(1위)과 자산 10조원인 코오롱그룹(40위) 그룹은 자산 규모가 45배나 차이가 나는데도 똑같은 규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난다. 특히 상위그룹 상당수가 전세계 시장을 무대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자산을 기준으로 경제력 집중 여부를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균형있는 국민경제, 시장의 경제력 남용을 방지한다’는 헌법 정신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문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가 낡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효과적인 규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효과적 규제 집행 방안’을 검토한다는 선언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자발적으로 소유·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거나,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근절한 기업은 재벌 규제에서 제외하는 적극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시장을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규제는 더 이상 작동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