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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이데일리가 통계청의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세로 살고 있는 전국 가구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1억5789만원으로 전년(1억4862만원)대비 6.2% 증가했다.
지난해 전세시장은 전세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을 담은 임대차 법안들이 통과하면서 급등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전년대비 4.61% 상승해 2015년(4.85%) 이후 5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월별로 보면 상반기만 해도 최고 0.28% 상승에 그쳤지만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8월 0.44%로 상승폭이 커졌고 12월에는 0.97%까지 올랐다.
전셋값 상승세는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소득 1분위의 전세보증금은 2019년 7427만원에서 지난해 8488만원으로 14.3% 증가했다.
4분위는 같은 기간 1억5469만원에서 1억8273만원으로 18.1% 올라 증가폭이 가장 컸다. 3분위(1억2792만원)와 2분위(9288만원)는 각각 4.3%, 3.2% 늘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전세보증금은 2억8895만원으로 오히려 0.5% 감소했다.
소득대비 전셋값 부담은 1분위가 가장 컸다. 전세로 사는 가구의 전세보증금을 월평균 소득(2인 이상 비농림 어가, 분기별 합산 기준)으로 나눈 결과 1분위는 2019년 46.4배에서 지난해 51.8배로 5.4배포인트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52개월간 모아야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1분위는 지난해 월평균 소득 163만8000원으로 1년새 2.4% 오르는데 그쳤다.
전세보증금 상승폭이 큰 4분위는 같은기간 25.4배에서 28.9배로 3.5배포인트 늘었다. 2분위(28.0배)와 3분위(27.3배)는 각각 0.5배포인트, 0.6배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반면 5분위는 29.0배에서 27.8배로 1.2배포인트 하락했다. 1분위 월평균 소득(1040만원)이 1년새 3.7% 증가한 때문이다.
이로 인해 1분위와 5분위간 소득대비 전세보증금 배율 격차는 2019년 17.5배포인트에서 2020년 24.0배포인트로 더욱 벌어졌다.
1인 이상 전체 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1분위의 월평균 소득대비 전세보증금은 2019년 82.7배에서 지난해 89.9배로 7.2배포인트나 높아진다. 5분위는 같은기간 1.0배 포인트 낮아진 30.6배로 1분위와 5분위 격차는 51.3배포인트에서 59.6배포인트로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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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체 가구의 입주형태를 보면 보증금 없는 월세에 사는 가구는 25만4700여가구로 전년대비 17.2% 줄었는데 소득 1분위만 13만1900가구로 유일하게 5.3% 증가했다.
친척집 등에서 세 없이 무상으로 살고 있는 무상주택도 1분위(27만5300가구)만 9.5% 늘고 나머지 분위는 모두 감소했다. 전셋값 급등에 월세로 전환하거나 이조차 감당못해 남의 집에 얹혀사는 저소득층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월세 등 주거시설 임차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인 실제주거비의 경우 전체 평균(9만9000원)은 소폭(0.5%) 감소했는데 1분위는 9만3600원에서 9만9700원으로 6.5% 올랐다. 4분위(8만5400원)가 5.4% 내린 것을 비롯해 나머지 분위는 모두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주택 공급 등 꾸준한 시장 안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3법 시행 후 전세시장 안정화 여부를 지켜보려면 적어도 2년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재검토는 어렵고 매매시장 안정을 먼저 도모해야 한다”며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