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광화랑 '2021 꽃피는 부산항 8’ 전
부산 근대미술 보듬고 짊어졌던
부산작가 부산그림 40여점 걸어
"항구도시 특유의 포용성·진취성"
 | | 이의주 ‘부산항’(1992). 캔버스에 오일, 45.5×53㎝(사진=미광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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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 번도 멈춰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부산의 삶’ ‘부산의 전경’을 그린 그림들은 말이다.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바다가 꿈틀댔다. 생명력이란 건 묻는다고 묻히는 게 아니다.
작가 이의주(1926∼2002)가 그린 ‘부산항’(1992)도 다르지 않다. 해 넘어가는 하늘과 그 그림자까지 비춘 산세를 병풍 삼아, 깎아낸 듯 빚은 해안선은 밀려드는 파도에, 고깃배에 쉴 새 없이 들썩이는 중이다. 송도에서 바라본 부산 남항이란다. 작품은 풍성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은 색채로 비릿한 바다냄새까지 베어낸 수작이다.
전북 전주에서 난 그이가 ‘부산작가’가 된 건 1970년대 초 부산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하면서다. 1954년에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3년간 서울에서 고등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한 이후였다. 부산대·동아대에서 후학을 길러 내며 예술대 학장까지 지냈다. 그러면서도 작가 본연의 붓질은 쉬지 않았다. 자연주의 화풍으로 미묘한 빛의 변화를 좇았던 그이에게 역동적인 부산은 끊임없이 창작욕구를 부추겼을 거다. 기꺼이 ‘부산작가’가 돼 ‘부산그림’을 그렸다.
바다를 또 다른 선과 색으로 그린 이도 있다. 작가 김원갑(1912∼1988)이다. ‘동해’(1982)에서 보듯 김원갑의 작업은 굵고 대담하게 그은 붓질에 두툼한 질감, 묵직한 색채가 도드라졌다. 이의주가 뒤늦게 부산작가에 합류한 경우라면 김원갑은 태생부터였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 몸과 마음을 다 내준 ‘진정한 부산사나이’였다. 종내는 부산화단의 개척자로 부산미술이 가야 할 길을 열었다는 평까지 받아냈다.
 | | 김원갑 ‘동해’(1982). 캔버스에 오일, 45.5×53㎝(사진=미광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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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 쉬지 않고 부산작가를 발굴하고 부산그림을 소개해온 부산 수영구 광남로 미광화랑이 기획전 ‘꽃피는 부산항’ 여덟 번째 전시를 마련했다. 부산·경남지역에서 활동한 1·2세대 서양화가 25인, 토박이 부산 출신 화가들이 1953년 결성한 토벽동인 작가 5인 등. 부산의 근대미술을 보듬고 짊어졌던 작고작가 30인의 40여점을 건 ‘2021 꽃피는 부산항 8: 부산 근대작가 30인’ 전이다. ·
부산 근대미술사 최초의 추상작가로 꼽히는 오영재(1923∼1999)의 ‘영도’(1961), 이중섭과의 친분으로 소 그림을 같이 그리며 정작 이중섭에는 없는 ‘소의 화가’로 불리던 송혜수(1913∼2005)의 ‘소와 여인’(1996), 푸른 통영 앞바다를 끝없이 탐했던 전혁림(1916∼2010)이 그린 누드화 ‘나녀’(1970s) 등 귀한 작품이 줄줄이다. “대구·광주에 비해 유구한 전통이나 토착화한 역사성보단 항구도시 특유의 포용성이나 진취성을 강조했다”고 소개한 김기봉 미광화랑 대표의 말 그대로다. 전시는 4월 23일까지.
 | | 오영재 ‘영도’(1961). 캔버스에 오일, 40×72.5㎝(사진=미광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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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전혁림 ‘나녀’(1970s). 캔버스에 오일, 38×45.5㎝(사진=미광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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