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북한주민은 우리 국민일까, 외국인일까

정다슬 기자I 2021.02.13 06:00:00

정의용 외교부 장관 취임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오른 북송 사건
16명 살해 혐의 흉악범 귀순 의사 받아들여야 하나
"북송, 올바른 결정"vs"위헌적 행위"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지난 5일 있었던 정의용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는 ‘아닌 밤 중에 홍두깨’로 북한 주민들의 국적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2019년 11월 북한 오징어잡이 배에서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남하한 북한 주민을 ‘강제 북송’한 것이 과연 올바른 결정이었느냐는 것을 놓고 당시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 장관과 야당 의원과의 ‘설전’이 벌어진 것입니다.

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사진=연합뉴스)
먼저 사건의 개요를 간략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북한 어선에서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은 선원 3명이 배에 탄 선장을 포함해 16명을 살해했습니다. 1명은 북한 당국에 잡혔고 겁을 먹은 2명은 도망가다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에 나포됐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은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중대 범죄자로 보호 대상이 아니며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고 판단해 11월 7일 판문점에서 북한군에 인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 10조를 들어 문재인 정부, 즉 당시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 장관이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을 포기했다고 비판에 나선 것입니다.

반면 정 장관은 해당 북한 주민 2명은 ①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라 볼 수 없으며 ②16명의 생명을 해친 흉악범으로 ‘진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 결정은 올바른 것이었다고 항변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또 설사 그들이 흉악범이라고 할 지라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북한에 가면 고문 등을 당할 가능성이 큰 만큼 ③대한민국에서 사법적 절차를 밟아야지 국가안보실과 청와대가 그들의 북송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헌법 27조에 보장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역시 북송된 2명의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전제하에 성립되는 것입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인가, 외국인인가가 중요해진 이유입니다.

◇“北선원들 귀순의사 없었다” vs “조사 중 귀순의사 밝혀”

우리나라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규정 상, 북한을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도 기본적으로는 우리 국민이고 북으로 피난한 이들의 토지소유권 역시 법적으로 유효하죠.

다만 동시에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밝혀 북한이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 정부는 북한을 반국가단체인 동시에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당사자라는 ‘이중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에 대해서도 평소에는 북한 주민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다가 이들이 한국에 들어와 귀순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비로소 우리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회복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을 우리 국민으로 보지 않는다는 핵심 근거 역시 이들이 귀순의사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정 장관은 주요 근거로 이들이 해군에 적발된 후 계속 도망 다녔다는 것을 들고 있습니다. 또 이들이 탈북하면서도 “죽어도 고국(북한)에서 죽자”고 의지를 다졌다는 점, 해군에 잡혔을 때도 “웃으면서 죽음을 맞이하자”라고 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이들을 비(非)국민, 즉 외국인으로서 보호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했다고 설명합니다. 추방 역시 탈북자 보호 및 정착 지원법 대신 난민법과 이민법을 참고했습니다. 이들 법은 대한민국 밖에서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자는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는 출입국관리법 역시 그 대상이 국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금지하거나 추방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선원들은 중앙합동조사본부로 압송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히며 보호요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우리 정부 역시 인정한 바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범죄에 대한 진술, 북한에서의 활동, 억류 과정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그들의 망명 의지의 진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돌려보내면 고문 당할 게 뻔한데…”

백 번 양보해 이들이 귀순 의사가 없었고 흉악범이라고 할지라도 문제는 또 남아 있습니다. 과연 북한이라는 제대로 된 사법체계를 갖추지 못한 국가(?)에 이들을 보내는 게 맞느냐는 것입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고문위험국가에 개인의 추방·송환·인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정 장관은 “북한에서 일어난 범죄행위에 대해 우리 정부가 그런 사실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 없지 않은가. 그건 북한이 규명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지만, 북에 돌아간 이들이 제대로 된 재판을 받았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에 대해 마스 오헤아 킨타나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 국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이미 북한에 돌아간 자는 말이 없습니다. 생사를 알 수 없으니 진위도 알 수 없습니다. 유엔도 관련 진정을 받은 인권위원회도 현재로서는 조사에 한계가 있다며 손을 들었습니다.

조태용 국민의 힘 의원은 “탈북민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유일한 경우는, 조난 등을 당해 우리 관할 지역으로 들어왔지만, 가족이 있는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자유의사를 밝히는 경우뿐”이라며 “우리가 북한주민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헌법과 인도주의 원칙뿐”이라고 일침합니다.

인권과 민주주의 등 가치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트럼프 정부 4년간 비어 있었던 북한인권특사 임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앞으로는 대북정책에 있어 ‘인권’은 ‘비핵화’만큼 중요한 가치로 부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과의 갈등 완화, 대화 기조 형성을 위해 눈 앞의 북한 주민의 인권을 방치한다는 국제사회의 오해를 더이상 우리 정부가 받아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정의용 신임 외교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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