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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앙상하게 벗겨진 나무만큼 스산한 게 또 있던가. 잔가지 가득 한기를 품고 벗겨진 몸통에는 고통만 품었다. 수분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다 내줘야 버틸 수 있는 생명체.
작가 김보연에게 ‘겨울나무’(2020)는 그런 것이다. 생존을 위한 사투가 치열한 공간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나무를 좋아한단다. ‘나무화가’로 불릴 정도다. “하늘을 없애고 산을 없애고 땅을 없애고 하나씩 없애다 보니 나무만 남더라”고 했다. 그뿐인가. “나무는 모양도 좋고 성격까지 좋지 않느냐”고 한다.
그래서인지. 풍성하게 꽃으로 잎으로 덧입힐 때도 있지만 작가의 붓이 진가를 발휘하는 건 다 내려놓고 비쩍 말라버린 나무를 품을 때다. 그 안에서 꿈틀대는 생명력을 끄집어내는 거다.
‘겨울나무’는 그렇게 흔한 달 하나 별 하나 띄우지 않고 어두운 공간에 나무 한 그루만 세워 완성했다. 돌가루를 쓴 건 살겠다는 나무의 의지를 더 강인하게 응원하고 싶어서였을 거고. 앙상하게 벗겨진 나무만큼 희망인 것도 없다는 신호로 말이다.
30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선유서로 아트필드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겨울나무-휴면(休眠)’에서 볼 수 있다. 나무에 아크릴·돌가루. 120×60㎝. 작가 소장. 아트필드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