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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작가 진 마이어슨(한국명 박진호·47)은 인천서 태어나 네 살쯤 미국 미네소타 농촌마을의 유대계 스웨덴인 가정에 입양돼 뉴욕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냈다.
굳이 개인사까지 들춰낸 건 그이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너는 어디서 왔니’란 질문이 삶을 관통하는 화두였다니. 정체성 고민은 물론이고 주변 환경이 툭툭 던진 혼돈 상황을 작가는 수많은 레이어로 캔버스에 겹쳐 올렸다. 잡지·TV·인터넷 등에서 무작위로 뽑아낸 자연·기계·건물 등의 이미지를 조합하고 변형하고 왜곡한 뒤 이를 다시 화면에 세밀하게 그려내는 작업이다.
‘집으로 가는 길은 없다’(No Direction Home 4.0·2019)는 미묘한 색감과 뒤틀린 형상을 마치 용암처럼 흘려낸 추상회화. 작품명은 밥 딜런의 노래 ‘라이크 어 롤링스톤’의 가사 일부면서,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한 딜런의 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목이기도 하다. “돌아갈 집도 없고 알아주는 이도 없고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내면의 풍경이 질퍽하다.
25일까지 서울 강남구 선릉로162길 노블레스컬렉션서 여는 개인전 ‘무한한 접속, 웹을 대체하는’(Unlimited Access, Alternative Webs)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72.7×60.6㎝. 작가 소장. 노블레스컬렉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