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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에 상반기 선박발주도 주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는 올해 상반기가 거의 마무리된 현 시점 올해 총 수주목표(320억7000만달러)의 26.5%(84억9000만달러) 달성에 그치는 아쉬운 실적을 기록 중이다. 각 사별 올해 수주실적을 살펴보면 먼저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009540)·현대삼포중공업·현대미포조선(010620))은 현재까지 28억달러 규모를 수주하며 수주목표(159억달러)의 17.6%에 그쳤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올해 수주목표의 38.5%(78억달러 중 30억달러), 대우조선해양(042660)은 32.1%(83억7000만달러 중 26억9000만달러)를 채운 수준이다.
당초 올해 상반기 해소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미·중 무역전쟁이 오히려 심화 조짐을 보이면서 전세계 주요 선주사들이 발주 계획을 연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전세계 최대 광산업체 발레 소유 광미댐이 연초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하며 선박 발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경색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관련 업계는 2020년 IMO(국제해사기구)의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가 본격 시행된다는 점에서 올해 상반기 미뤄졌던 발주가 하반기부터 재개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같은 전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에 더해 미국 ‘셰일가스 붐’ 정책 등으로 촉발된 전세계 LNG 시장 주도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점에서 LNG운반선 발주 확대 기대감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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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운반선 관련 수주 확대를 주도할 주역으로는 카타르가 꼽힌다.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는 지난해 2월 LNG 증산 계획을 내놓고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업계 추산 연 3200만톤(t)에 이르는 액화설비 증설을 단계적으로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LNG운반선을 추가 발주하고 지난 10일 전세계 조선소들을 대상으로 입찰을 마감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가 모두 입찰에 참가한 가운데 중국 후둥중화조선, 일본 이마바리조선도 이번 수주전에 참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 규모는 최소 40척, 80억달러(한화 약 9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각 업체들은 연말쯤 계약서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과거 수주사례를 봤을 때 대부분의 물량을 국내 빅3가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카타르의 이번 입찰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추진됐다는 점에서 국내 조선 빅3에게 또 다른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카타르가 LNG운반선을 인도 받기 원하는 시점은 2023년 이후로, 통상 선박 건조 기간이 2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른 시점 입찰이 진행된 것”이라며 “전세계 산유국들이 최근 급성장하는 LNG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설비 증설 및 LNG운반선 발주를 준비하고 있어, 카타르가 원하는 시점·도크를 확보하는 슬롯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카타르의 입찰 개시는 다른 산유국들에 압박으로 작용, 전세계 LNG운반선 발주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 실제로 호주는 지난해 연 6900만t 수준이었던 LNG 생산량을 향후 8760만t으로 확대키로 했고, 미국 역시 올해만 연 LNG 생산능력을 4600만t 늘리는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 중이다. 러시아와 모잠비크는 정부 차원에서 LNG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 상황으로, LNG운반선 발주도 정부가 직접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야말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쇄빙 LNG운반선 10척 이상을, 모잠비크는 LNG운반선 30척 이상을 발주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카타르 입찰 개시로 전세계 LNG운반선을 건조할 수 있는 도크가 차례로 채워질 전망으로, 빈 도크가 줄어들수록 선가 역시 점진적으로 올라가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LNG운반선 발주를 준비하는 다른 산유국, 또는 선주들 입장에서 선가가 더 오르기 전 계약을 따내기 위해 발주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