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가 다르니까 새벽 2시에 경기를 할 때도 있죠. 조금 피곤해도 자랑스럽고 즐거워서 새벽에 챙겨 봐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의 올 시즌 행보가 심상치 않다. 6월 12일 현재 13경기에 등판해 9승 1패, 평균자책점은 1.36으로 메이저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게다가 올 시즌 선발 등판한 13번의 경기에서 모두 2실점 이하, 그리고 1볼넷 이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MLB 역사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렇게 류현진이 등판하는 경기마다 승승장구하니 한국에서 류현진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스냅타임이 만난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은 피곤하지만 새벽에 하는 류현진 경기를 챙겨보고 낮에 하는 경기는 몰래 화장실에서 본다는 반응도 있었다.
부장님 몰래 화장실에 모인 직장인들
메이저리그는 미국 전역에서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한국 시각으로 새벽 2시 혹은 오전 11시경에 중계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네티즌은 “류현진 경기가 있는 오전이면 화장실이 가득 찬다며 다들 서로 말은 안 하지만 변기에 앉아 몰래 류현진 경기를 보고 나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직장인 야구팬 김수현(가명·31) 씨는 “류현진 경기가 너무 보고 싶은데 근무 시간이라 대놓고 볼 수는 없으니 가끔 화장실에서 경기 결과를 확인하고 온다”며 “경기를 보지 못하는 날이면 하이라이트 영상이라도 꼭 찾아본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심소정(가명·24) 씨도 “새벽에 보려고 일어났다가 다시 잠든 적도 있지만 5일에서 6일마다 등판하는 류현진 선수의 경기가 기다려진다”며 “경기를 보려고 밤을 새우고 다음날 학교에 간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공정한 스포츠 경기, 희망 느낀다
이러한 류현진 열기의 원인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 대학생 김민혁(가명·25) 씨는 “각박한 현실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삶이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스포츠는 룰대로 공정하게 이루어지니 그런 부분에서 위안을 얻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요즘 뉴스나 신문을 봐도 한숨 나오는 소식뿐인데 이런 좋은 기록을 세워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괜히 뿌듯해지는 기분이 든다”며 류현진에 열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류현진의 인생 스토리가 인상적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직장인 김동희(가명·28) 씨는 “15년도부터 이어진 약 2년 동안의 부상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활약하고 있는 모습에서 감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비록 내가 직접 하는 건 아니지만 맘속으로 응원하고 있고 보면서 고맙단 생각이 많이 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 소속감에서 오는 동일시 현상
이에 대해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훌륭한 사람을 보면 동일시하고 싶고 모방하고 싶은 심리가 있다”며 “특히 이런 형태는 권위에 대한 동일시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사회적으로 성취를 너무 강조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고 상실감이나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임 교수는 “과거 박찬호 선수나 박세리 선수에게 위안을 받았던 경험이 학습된 것이라고 도 할 수 있다”며 “현재는 그때보다 훨씬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고 본인이 있는 곳에서 영상을 시청할 수도 있으며 SNS등 전달, 공유 매체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 교수는 “최근 U-20 축구 경기처럼 이런 스포츠 경기들이 그래도 많은 국민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며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처럼 소속감을 통한 동일시가 위안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8경기 선발 등판에서는 자책점 4개와 볼넷 3개만을 내준 류현진은 한국 시각으로 오는 17일 월요일 오전 8시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