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 빠진 국내 자전거 업계… 공유자전거·퍼스널모빌리티 대안 될까

김정유 기자I 2019.05.29 06:00:00

미세먼지에 외국산 공습으로 실적 더 악화…반전 모색
삼천리, 올 1분기 27억 영업손실...알톤, 12억 손실내며 적자전환
공유 전기자전거 사업 참여로 B2B시장 진출...불황 타개 잰걸음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깊은 수렁에 빠진 국내 자전거 업계가 올 1분기에도 결국 체면을 구겼다. 계절적 비수기임을 감안하더도 올해 시작부터 적자로 전환하거나, 적자폭이 커지는 등 실적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서다. 최근 2~3년간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자전거 업계는 올해 공유자전거, 퍼스널모빌리티(개인용 이동수단) 등으로 반전을 모색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28일 삼천리자전거(024950)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1분기 2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폭을 더 키웠다. 전년 동기(-12억원)대비 적자폭이 2배 이상 확대됐다. 여기에 올 1분기 매출액도 247억원으로 전년 동기(260억원)대비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6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실적 전반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자전거 시장에서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에 속하긴 하지만, 실적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로 향하고 있다는 것은 업계 상황이 한층 악화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회사 측도 업황 부진을 이유로 들었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실적 악화 요인은 미세먼지 등의 환경적 요인에 의한 야외 활동이 줄어든 것이 주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국내 경기 침체 및 내수부진으로 매출과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알톤스포츠(123750) 역시 실적 구렁텅이에 빠졌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1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9233만원) 적자전환했다. 1분기 매출액 역시 105억원으로 전년 동기(112억원)대비 감소했고 당기순손실도 14억원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알톤스포츠 역시 별다른 원인은 없었다. 시장 자체가 부진에 빠졌고, 이를 상쇄할 만한 전략이 추진되지 못한 탓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세먼지 등으로 자전거 업계 부진이 이어지면서 1분기에도 실적이 좋지 못했다”며 “1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인만큼 앞으로 하반기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사 모두 자전거 업계 전반의 업황 악화를 실적 부진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실제 최근 자전거 업계는 환경적인 요인과 외국산 브랜드 공습 등으로 수요가 늘지 못하고 있다.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인 봄과 가을은 이미 미세먼지가 장악하고 있는데다, 외국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동호회 중심 수요가 늘면서 국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공유자전거 서비스까지 활성화되면서 자전거 업계는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다.

삼천리자전거는 올해 배우 조보아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며 퍼스널모빌리티와 전기자전거 수요 확대를 꾀하고 있다. (사진=삼천리자전거)
이에 자전거 업계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전개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는 자전거 구매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는 ‘양날의 칼’ 공유자전거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과거 기업·소비자간거래(B2C)에만 집중했다면 앞으론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키워 활로를 개척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전보다 수익성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을 맞춰 물량이라도 끌어올리려는 업체들의 고육지책이다.

실제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는 지난 3월부터 카카오모빌리티의 공유 전기자전거 사업에 참여했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500대씩 총 1000대를 카카오모빌리티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인천광역시 연수구와 성남시 일대에서 각각 400대, 600대의 공유 전기자전거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또한 삼천리자전거는 서울시 ‘따릉이’, 창원시 ‘누비자’, 고양시 ‘피프틴’, 인천시 ‘쿠키’ 등에 공공자전거를 공급하면서 최근 B2B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추세다.

더불어 국내 업체들은 전기자전거와 퍼스널 모빌리티의 대중화를 통해 B2C 시장도 공략해나갈 계획이다. 알톤스포츠는 올해 중저가 전기자전거 모델을 기존 1종에서 4종로 늘렸다. 84만원대로 가격대를 크게 낮춰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편견이 있는 전기자전거의 대중화를 확산하겠다는 목표다. 또한 과거엔 없었던 전동킥보드, 전동스쿠터 등 퍼스널모빌리티도 총 4종을 새롭게 선보였다. 삼천리자전거 역시 올해 60만원대로 가격 장벽을 낮춘 전기자전거 신제품을 내놨다. 전기자전거 소비자들을 위해 ‘전기저전거 서비스 지정점’도 지난해 518개에서 올해 731개로 대폭 확대하며, 사후관리 서비스 능력도 한층 키우고 있다.

이처럼 자전거 업계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만은 않다. 전반적인 자전거 인프라의 부재, 미세먼지의 역습, 외국산 프리미엄 자전거 공습 등 외부적인 요인들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전거를 취미용으로 타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외국의 프리미엄 제품들을 바라보고 있는 게 현실이어서 중저가 국내 브랜드들의 방향 설정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출퇴근 등 실생활 용도 측면에서도 자전거 도로와 같은 인프라 부재, 그리고 향후 예상되는 초소형 전기차 확대 등으로 더 수요 늘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톤스포츠가 지난 3월 출시한 접이식 전기자전거 ‘니모FD’. (사진=알톤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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