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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에서 아귀(김윤석)와 일전을 벌인 고니(조승우)는 엄청난 중압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눈보다 빠른 손’을 이용해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하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경적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무역분쟁 우려에 글로벌 증시는 또 다시 출렁였는데요. 흡사 포커 플레이어처럼 세계를 상대하는 트럼프의 ‘수 싸움’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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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주가의 향방을 알 수 없다는 측면에서 흔히 ‘도박판’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물론 기업 재무상태가 우량하고 실적이 안정적으로 성장한다면 주가 상승의 뒷받침이 되지만 꼭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주식이죠.
하지만 변화무쌍한 증시에서도 흐름을 잘 파악해 수익을 올리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허위 정보를 흘리는 등의 수법으로 부당 이득을 거두려는 작전세력들도 많죠. 도반판에서 전문 기술 또는 고도의 속임수를 이용해 돈을 벌어가는 타짜들처럼 말입니다.
영화에서 고니는 평경장(백윤식)으로부터 기술을 배워 타짜의 길로 들어섭니다. 평경장을 죽인 것으로 의심 받는 아귀를 만나기 위해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죠. 마지막 고니가 고광렬(유해진)과 팀을 이뤄 아귀, 정마담(김혜수)와 벌이는 화투판은 서로의 수 싸움이 치열합니다. ‘첫판부터 장난질’을 했던’ 고광렬이 한쪽 손을 잃게 되면서 사태는 험악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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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는 아귀가 본인의 속임수를 알아챌 것을 예측하고 애초에 다른 패를 넣어둔 겁니다. 확실한 패를 쥐고 있었기에 당당하게 도박을 걸어 승리할 수 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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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라는 ‘패’를 쥔 트럼프를 보며 고니가 떠오른다면 과장된 비유일까요. 트럼프는 이름에서부터 포커 플레이어의 향기를 강하게 뿜습니다. 취임 후 미국의 경제 영향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보호무역을 펼칩니다. 미국의 보호부역이 강하게 부딪힌 곳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입니다. 지난해부터 양국은 서로에게 더 많은 관세를 물리겠다며 갈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무역협상이 진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양국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을 비롯해 세계 증시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지난달 2~3%의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9~10일(이하 현지시간) 미·중 무역협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트럼프의 승부수가 다시 발동했습니다. 그는 5일 트위터 계정을 통해 중국의 재협상 시도로 무역협상이 늦어지고 있다며 2000억달러 규모 상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관세 부과가 현실로 이어질 경우 중국이 보복 관세를 물리고, 양국 모두는 경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습니다. 7일 뉴욕 증시는 네달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국내 코스피지수는 9일 3% 가량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양국의 신경전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미국은 9일 무역협상에서 10일 0시 1분부터 출발하는 중국 제품에 대해 25% 오른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습니다. 제품이 비행기나 선박을 통해 미국까지 오는 기간 중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무역협상이 결렬될 때 여파가 만만치 않은 만큼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쥔 패가 어떤 모양일지는 모르겠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는 상황만큼은 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