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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민 기자] 올해 서울 강남권 첫 분양단지 ‘방배그랑자이’ 아파트가 26일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분양에 나선다. 이 단지는 평균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 후반에 달해 모든 주택형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 집단대출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강남권 분양 단지마다 현금 부자들의 ‘청약 잔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분양가 3.3㎡ 당 4687만원에 ‘중도금 대출 막혀’
서초구 방배동 ‘방배경남’ 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방배그랑자이 아파트는 지상 20층에 8개동, 총 758가구 규모다. 이중 조합원(469가구) 물량과 임대(33가구)를 제외한 256가구가 일반에 분양한다. 전용면적별로 △59㎡ 77가구 △74㎡ 53가구 △84㎡ 126가구다. 중소형 타입 중층(7층) 이상 물량이 115가구(45%)로 기존 정비사업보다 선택의 폭이 넓다.
단지는 지하철 2호선 방배역 ‘역세권’이며, 지하철 2·4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사당역도 인근에 있다. 단지 주변이 숲으로 둘러싸인 ‘도심 속 공원’ 아파트로 쾌적한 주거 여건을 갖추고 잇다. 이달 22일에는 인근에 서울 내방역과 서초역 사이 서초대로를 직선으로 연결하는 ‘서리풀터널’이 개통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던 방배동의 지역 가치도 높아졌다. 상문고, 서울고, 동덕여고, 서초고 등 강남 전통 명문학교가 인근에 있다.
교통·학군 등의 뛰어난 강남권 입지에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이 크지만 무주택 서민 입장에서는 쉽게 청약에 나서기 어렵다. 분양가가 3.3㎡당 평균 4687만원으로 가장 작은 주택인 전용 59㎡의 경우 최저 10억1200만원~최고 12억3000만원에 달한다. ‘분양가 9억원 상한선’에 걸려 중도금 대출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건설사의 연대보증도 지원하지 않는다. 예비청약자들은 계약금(분양가의 20%)까지 합쳐 전체 분양대금의 80%를 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즉 현금으로 최소 10억원 이상이 있거나 신용대출, 제2금융권 등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제도를 강화했지만 고강도 대출 규제 탓에 결과적으로는 유주택 현금부자들에게만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공급한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옛 삼호가든맨션3차 재건축)’나 래미안리더스원(옛 우성1차 재건축)도 10억원(전용 59㎡ 기준)이 넘는 분양가에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아파트’로 불렸지만 미계약 물량이 속출했고, 결국 현금부자들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부양가족ㆍ무주택기간을 잘못 기재한 부적격자 외에 현금 조달 능력이 떨어져 계약 포기한 당첨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청약통장 無, 유주택자도 OK ‘무순위 청약’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을 진행하기 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올해 2월 도입된 무순위 청약 제도는 미계약ㆍ미분양에 대비해 사전에 청약을 받는 제도다. 청약통장 없이도 만 19세 이상이면 신청이 가능하고, 주택 보유 및 세대주 여부도 무관하게 접수가 가능하다. 분양대행사 한 관계자는 “무순위 청약 제도는 당첨자 이력 기록이 남지 않아 추후 1순위 청약을 넣는데도 제약이 없다보니 강남권 분양단지마다 현금 부자들의 무순위 청약 열기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만 2만251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중 일반 분양물량은 6430가구다. 2분기(4~6월)에만 10개 단지, 3009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6.7배 많은 수준이며 최근 5년 같은 기간 중 분양 물량이 가장 많았던 2016년(332가구)보다도 약 10배 많은 물량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강남권 분양 첫 타자인 방배그랑자이가 중도금 대출 불가 조건에도 사전 무순위 청약이 흥행할 경우 나머지 분양들도 이와 같은 노선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전 무순위 청약 제도가 자칫 현금부자를 위한 특혜 청약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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