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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김재은 기자] 증권거래세 인하나 폐지안이 조만간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세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지만 청와대와 여당의 추진 의지가 강한데다 일부 야당 의원도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하는 등 정치권에서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빠르면 설 연휴 이전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자본시장 활성화 종합대책에 증권거래세 인하 로드맵이 담기지 않겠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인하폭이 작으면 거래 활성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큰 폭 인하나 아예 폐지하는 식의 화끈한 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 표심 잡으려면 증시부양 필수적…여당·청와대, 거래세 인하 강한 의지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금융투자업계와 가진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 개편에 대해 언급한 뒤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당은 물론이고 청와대에서도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증권거래세 인하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현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사안 중 하나가 자본시장 활성화”라며 “증시 부양을 위해 증권거래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오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증시 활성화를 통해 표심을 잡겠다는 의지도 녹아있다. 지난해 말 기준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는 2702만개에 달한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실제 주식투자 인구를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략 500만명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나 각종 금융상품, 연기금을 통한 간접투자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주식투자 인구는 경제활동인구에 맞먹는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증권거래세 인하는 표심 잡기에 상당한 당근책인 셈이다.
걸림돌은 세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반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증권거래세 인하는 기재부 내부적으로 밀도있게 검토한 바 없다”며 “양도소득세 부과 문제라던가 증권거래세 관한 세입 문제는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검토해 나간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과 청와대의 의지가 강해 결국은 실현될 것이란 분석이 높다. 야당에서도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앞장서 잇달아 정책토론회를 열고 증권거래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관련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가 직접 금융투자업계와 만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증권거래세 인하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이 대표의 당내 입지나 과거 추진력을 감안할 때 업계의 오랜 숙원이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손실이 났는데도 거래세를 내야 하는 것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 소속 여당 의원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학계 인사 등으로 꾸려진 자본시장활성화 특별위원회가 이르면 설 연휴 전에 자본시장 활성화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거래세 인하 방안이 담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업계 “큰 폭 인하 아니면 효과 없다”
증권거래세 인하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업계에서는 인하폭이 작으면 거래 활성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큰 폭 인하나 아예 폐지하는 식의 화끈한 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세에 대해 일정부분 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인하폭이 적으면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995년 7월 거래세율이 0.5%에서 0.45%로 인하됐을 때 일평균 거래대금은 4000억원 후반에서 5000억원 초반수준으로 6개월간 일시 증가했다가 이후엔 되레 하락했다. 1996년 4월 0.45%에서 0.3%로 재차 인하했을 때도 거래대금 증가 효과가 6개월에 그쳤다. 그만큼 증시 부양 효과도 미미했다는 의미다. 금투업계에서는 증권거래세를 0.1% 수준까지 내릴 경우 연간 2조5000억~4조원 수준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권거래세 인하는 양도소득세 개편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증권거래세를 폐지함과 동시에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을 확대하고 세율 인하 및 손익통산 범위를 넓히는 세제 개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 원천징수하지만 양도소득은 1년 동안 주식 사고 판 데에 따른 손익을 합산해서 개인이 신고를 해야한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예측이 불가능하고 양도세 과세방식도 복잡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양도소득세가 크지 않겠지만 증시 활황일 때에는 조세저항이 상당할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