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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고집 꺾은 서울 집값...도대체 얼마나 올랐길래

박민 기자I 2018.08.27 05:30:00

영등포·용산 집값 급등...서울 전역 집값 상승 도화선 돼집값 상승 책임론에 박 시장, 뒤늦게 "개발 보류" 발표
전문가 “개발 보류, 장기적인 집값 안정세에 큰 도움 안돼”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서울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여의도·용산 개발계획(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여의도·용산 개발계획(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을 잠정적으로 보류하기로 한 것은 최근 급등한 서울 집값 때문이다. 박 시장의 개발 관련 발언 이후 용산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뛰면서 서울 전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불 붙자 결국 뒤늦게 시장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의도·용산 일대 개발 발언 이후 집값 ‘두배’ 껑충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박 시장이 지난달 10일 싱가포르 순방 중 ‘여의도·용산 통째 개발’ 계획을 밝히기 이전 4주간(6월 18일~7월 9일)의 영등포구와 용산구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각각 0.69%, 0.52% 수준이었다. 그러나 발언 이후 4주간(7월 9일~8월 6일) 상승률은 영등포구가 1.18%, 용산이 1.15%로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공개 발언에 일대 주택시장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값이 오른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집값 급등세가 여의도와 용산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접한 동작구와 중구를 비롯해 서울 전역의 집값을 들썩이게 하는 도화선이 됐다는 점이다. 이달 셋째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37% 상승하며 일주일 전 0.18%에서 오름 폭이 두 배 이상 커졌다. 이는 1월 마지막 주 0.38% 오른 이후 30주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이중 여의도와 인접해 잇는 동작구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0.80%나 오르며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면적 84㎡의 분양권 시세는 현재 15억∼17억원을 호가하며 강남권에 버금갈 정도다. 이 외에도 강북구(0.34% )와 중랑(0.15%)·도봉구(0.15%)도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북개발’ 발언 이후 경전철 건설 등의 교통 호재로 아파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호가가 뛰고 있다.

이처럼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곳곳에서 계약 파기 및 해지 요구가 속출하고 있다. 자고 나면 아파트값이 뛰면서 매도자들이 가계약에 대해 배상을 하고 정식 계약을 거부하거나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것이다. 강북구 미아동 A공인 관계자는 “가계약금 500만원 정도 걸려 있는 것 중에 정식 계약을 못하겠다고 매도자들이 손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이후 집주인(매도자)는 여전히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고, 매수자는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관망세가 짙은 장이 펼쳐지고 있었다”며 “그러던 차에 지난 달 초 박 시장의 개발 관련 발언이 매수세에 기름을 부은 겪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집값 급등 현상이 빚어지는 등 주택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자 박 시장도 결국 한 달여 만에 ‘개발 보류’로 입장을 번복하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여의도·용산 개발은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며 추진해야 한다”며 잇따른 제동을 걸었지만 개발 계획 추진 입장을 굽히지 않고 고수하던 박 시장이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개발 보류, 장기적인 집값 안정세에는 큰 도움 안돼”

전문가들은 서울시와 정부의 정책 엇박자로 인해 시장에 혼선만 가중했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발 관련 정책은 일관성과 지속성이 중요한데, 당초 예정했던 계획을 미룰 경우 정책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울 수 있다“며 “시장에 기대감만 잔뜩 불어넣었다가 손바닥 뒤집듯 보류하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시장 참여자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보류가 장기적인 집값 안정화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지영 소장은 “서울 전역의 집값이 들썩이는 것은 자꾸 수요만 억제하려는 정부 규제에서 비롯됐다”며 “각종 규제 여파로 매물 품귀가 심화하고 있지만 최근 매매에 나서려는 수요자들은 늘고 있어 개발 계획 보류만으로는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서울시가 이번 개발 계획 보류 이외에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의지에 발맞춰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향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며 “공시가격에 집값이 제대로 반영되면 장기적으로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을 안겨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아파트 시세반영률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공시가격 인상 시 집을 가진 이들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금 부담이 종전보다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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