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 41일만에 김경수 소환…댓글조작 개입혐의 입증 관건

이승현 기자I 2018.08.06 05:00:00

노회찬 사망 후 수사시작 41일 만에 6일 피의자 소환조사
댓글공작 지시 및 지방선거 도움 요청 혐의 추궁 전망
金 "조작 프로그램 구동 본 적 없어" 혐의 완강부인
대질조사 등 고강도 조사…남은기간 송인배 등 소환여부 주목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3일 김해시 주촌면 무더위 쉼터를 방문해 드루킹 특검과 관련된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 일당의 여론조작을 수사하는 허익범(59) 특별검사팀이 6일 김경수(51) 경남지사를 공범 자격으로 소환한다. 특검이 전체 60일간의 수사기간 중 41일 만에 단행하는 김 지사 소환조사에서 주요 혐의를 규명할 지에 이번 사건 수사의 성패가 달려있다.

◇댓글조작 지시·지방선거 도움 요청 규명이 관건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6일 오전 9시 30분 김 지사 소환조사를 앞두고 전날 드루킹을 다시 불러 김 지사 관련 내용을 조사한 뒤 현재 압수물 분석과 질문지 작성 등 막바지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앞서 특검은 지난 2일 김 지사의 관사와 집무실은 물론 김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사무실 등을 일제히 압수수색했다.

김 지사의 핵심 혐의는 드루킹 일당에 댓글조작을 사실상 승인했다는 혐의(업무방해)와 올해 6ㆍ13지방선거를 앞두고 드루킹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다.

특검은 드루킹 일당 및 ‘경제적공진화모임’ 회원들의 진술과 드루킹이 제출한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토대로 김 지사가 2016년 11월 경기도 파주 느룹나무 출판사에서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회에 직접 참가해 드루킹 일당의 인터넷 기사 댓글조작을 지시하거나 동의했다고 보고 있다. 드루킹 일당은 김 지사가 이 시연회에서 고개를 끄덕여 댓글조작 작업을 승인했다고 주장한다.

또 경찰수사 단계에서 이미 공개된 김 지사와 드루킹의 텔레그램 대화내용도 공모관계의 증거로 제시된다. 김 지사가 텔레그램으로 특정 인터넷 기사의 주소를 보내면 드루킹이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이 있다.

김 지사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드루킹 일당의 본거지인 느룹나무 출판사를 찾아간 사실은 인정하지만 킹크랩 구동 모습을 본 기억은 없다고 주장한다. 기사 주소를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에 대해선 ‘선플운동’처럼 기사 홍보를 부탁한 것이지 댓글조작 지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검은 김 지사가 드루킹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드루킹 일당에게 댓글조작 등 도움을 요청하고 공직자리 등 대가를 제안했다는 혐의도 살펴보고 있다. 드루킹 측은 ‘김 지사가 2017년 12월 (이듬해)지방선거를 도와달라며 일본지역 총영사직을 먼저 제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지사는 소환조사에 대비해 동명(同名)인 김경수(58·사법연수원 17기) 전 대구고검장 등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며 정면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201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없어지기 전 마지막 중수부장을 지낸 ‘특수통’ 검사다.

◇文대통령 ‘최측근’ 송인배·백원우 소환여부 관심

특검은 양측의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김 지사를 상대로 장시간 강도높은 조사를 벌일 전망이다. 지사와 드루킹 일당에 대한 대질 심문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검은 “필요할 경우 김 지사를 한두 차례 더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에 정치권의 요구로 지난 6월 말 시작했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드루킹 일당에게 수천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특검은 큰 암초를 만났다. 특검은 다만 드루킹 일당에 대한 지속적 조사와 추가적인 증거확보를 통해 김 지사의 피의자 소환조사까지 이끌어냈다.

특검이 이번 조사에서 김 지사의 혐의를 규명하느냐에 따라 남은 20일간의 행보도 결정될 전망이다. 특검은 김 지사를 드루킹에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진 송인배(49) 청와대 정무비서관도의 소환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이를 위해선 김 지사 혐의 입증이 선행되야 한다. 1차 수사기간인 오는 25일 이후 30일의 기간 연장 얻어내려면 어느 정도의 수사성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백원우(52) 청와대 민정비서관 조사도 마찬가지다. 백 시관은 김 지사가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경공모 회원 도모(61) 변호사를 만난 바 있다.

남은기간 동안 당초 특검의 주요 수사목적이었던 경찰과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살펴볼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선 경찰이 김 지사·송 비서관·백 비서관이 문 대통령 최측근이어서 수사를 은폐 및 축소했다고 주장해왔다.

김 지사는 지난 3일 “특검은 조사로 이야기해주기 바란다. 언론을 통해 조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는 점을 특검은 명심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날을 세웠다. 특검 관계자는 “김 지사의 말에 연연하지 않고 증거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뿐이다”고 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댓글 조작 관여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를 오는 6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조사 전 날인 5일 오전 강남구에 위치 특검 사무실 앞에 포토라인이 쳐져 있다. (사진=뉴시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