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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어렴풋이 기억을 붙드는 장면이 있다. 굳이 내가 살던 그곳이 아니었다고 해도 누군가의 어린 추억을 잡아당기는 그 형상. 벽장 속 이불채가 그렇다.
작가 김덕용(56)은 오래된 풍경을 소환해 오늘의 감성을 뒤흔든다. 그것도 세월을 켜켜이 품은 나무결 위에 펼쳐 놓으니 눈을 피할 재간이 없다.
작가의 작업은 묵은 가구나 문짝을 가져다 정성껏 깎고 다듬는 일로 시작한다. 다음은 색 입히는 과정. 단청·상감기법으로 칠하거나 채우기도 하고 나전칠기방식으로 자개를 붙이기도 한다.
작가에게 상처처럼 스민 나무결을 보듬는 일은 시간을 쌓고 삭히는 일과 무관치 않다. ‘결-가족’(2017)이 그렇다. 그들의 얼굴은 사라졌지만 나무벽장 속 귀퉁이를 맞춘 이불채, 머리를 맞댄 베개들이 대신 흔적이 돼준다.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이화익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오래된 풍경’에서 볼 수 있다. 나무에 혼합재료. 70×100㎝. 작가 소장. 이화익갤러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