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성공한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되려면 몇 가지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단을 밀어낸 ‘배달앱’ 시장을 연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는 “창업은 발명이 아니라 사업”이라고 했다. 세상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고 시장에서 놓치고 있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먼저 ‘사업’인지 ‘사기’인지부터 명확하게 알고 가야 한다. 캐나다의 바이탈리티, 영국의 이더와 같은 사업자들이 공기를 판매하며 돈을 벌고 있다고 해서 자연의 모든 것을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몇년 전 칠레에 있던 한 회사는 빙하의 얼음을 떼어 팔려다가 경찰에 적발돼 처벌을 받았다. 이 회사는 칠레 아이센 지방의 국립빙하공원에서 빙하를 캐 술집이나 레스토랑에 팔 계획이었다. 그러나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을 팔았던 그 시기와는 다르게, 지금은 강물도 빙하도 임의로 판매할 수는 없는 시대다. 무조건 자연에 있는 제품들을 팔 수는 없다는 얘기다.
공기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영국 이더의 경우 유리병에 깨끗한 공기를 담아서 팔고 있는데, 일부 과학자들은 유리병에 담아놓은 공기가 얼마나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유리병을 여는 순간 주변 공기와 순식간에 섞여버리기 때문에 깨끗한 공기의 가치가 없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미세먼지 시대에 깨끗한 공기를 파는 것처럼 현대를 사는 소비자가 무엇을 가장 원한는지를 알아야 한다.
바이탈리티는 미세먼지와 황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 소비자를 겨냥했고, 이더 역시 유리병에 담긴 공기라도 비싼 돈 내고 살 수 있는 ‘슈퍼리치’를 노렸다.
모임공간을 제공하는 업체인 ‘토즈’는 동아리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모임을 할 때 장소를 찾기 마땅찮다는 소비자 요구를 이해하고 공간을 판매하며 연 매출 500억원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
기존에 있는 시장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은 성공한 봉이 김선달의 필수요소 중 하나다.
배달의민족은 배달음식이라는 기존에 존재했던 사업을 스마트폰으로 끌어오며 성공을 거뒀다. 스마트폰 시대, 전단보다 스마트폰 홍보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한편에서는 창고형 매장 ‘코스트코’의 제품을 가져다 나눠 파는 ‘소분 서비스’도 등장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데다 매장이 많지 않은 코스트코의 특징을 기반으로, 1~2인 가구가 대용량 제품을 구매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는 점을 더해 기발한 사업 아이템이 탄생한 것이다.
옷을 팔지 않으면서도 쇼핑몰 분야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사업도 등장했다. 국내 쇼핑몰들을 한 번에 모아 보여주면서, 쇼핑몰을 스타일, 타깃 고객층에 따라 분류해 순위를 정하는 ‘지그재그’는 700만 다운로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그재그 앱 하나면 다양한 쇼핑몰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 역시 이 시대 김선달들이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다.
‘구매대행’, ‘심부름대행’ 등으로 대표되는 서비스들은 시간을 절약하고 더 편리한 것을 찾는 이 시대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한 서비스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해외 구매대행 뿐만 아니라 아울렛의 제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서비스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를 열고, 아울렛 제품의 사진을 찍어올리는 것만으로 아울렛 구매대행 사업이 가능하다.
화장품이나 옷을 새로운 제품으로 묶어 정기배송하는 서비스도 있다 ‘미미박스’는 화장품을 매번 새로 사야 하는 여성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매달 새로운 화장품을 선별해 보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로 시작해 지금은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한 업체로 성장했다. 이와 비슷한 서비스로 일정 금액을 내면 명품 옷이나 가방을 원하는대로 골라 입고 반납할 수 있는 ‘프로젝트앤’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중고나라는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제품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싸게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 심리를 파악해 초대받은 소비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비밀의 공구(공동구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센트럴투자파트너스 박재찬 이사는 “동전을 넣고 하던 야구를 실내 스크린으로 끌어온 것처럼 기존의 다양한 콘텐츠의 제공 방식을 바꾸는 것도 새로운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며 “기술이나 소비자 취향 변화를 읽으면서 주변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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