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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데이팅 애플리케이션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회원인 대학교 4학년 지모(24·여)씨는 “온라인 만남을 불신하는 편이어서 소셜데이팅 앱에 별다른 관심은 없지만 이성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 가입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회원 이모(22·여)씨는 “‘3점 미만은 가입도 못 한다’는 후기를 보고 과연 몇 점이나 나올지 호기심이 생겨 가입했다”며 “다행히 합격점은 나왔는데 남자친구가 있어 앱은 바로 지웠다”며 웃었다.
불특정 다수의 이성들이 평가하는 외모 심사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얻어야 가입할 수 있는 소셜데이팅 앱이 화제다. 희망자는 모두 가입이 가능한 일반적인 소셜데이팅 앱과 달리 외모가 ‘검증된’ 사람들만 모인 ‘이너써클’이란 점이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반면 이같은 소셜데이팅 앱 확산이 가뜩이나 심각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만다’의 경우 프로필 사진을 올린 뒤 다수의 이성에게 합격점을 받아야만 실제 만남 주선이 가능하다. 앱을 내려받아 회원 가입신청을 한 뒤 학력·나이·직업 등 세부항목과 함께 프로필 사진을 올리면 기존 회원 30명이 선착순으로 ‘프로필 심사’를 한다. 만점인 별점 5점 중 3점 이상이 나와야 정식 가입이 완료된다. 3점을 채우지 못할 경우 재도전을 할 수 있지만 기회는 5번뿐이다. 까다로운 평가와 심사 기회 제한으로 20·30대 사이에선 ‘아만다 재수생’ ‘아만다 삼수생’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다. 현재 아만다 가입자 수는 10만명, 앱을 통한 만남 주선은 하루 평균 1500건에 이른다.
게임 방식의 소셜데이팅 앱 ‘봄블링(bombling)’도 있다. 회원들이 프로필 사진을 올리면 실시간으로 외모랭킹순위를 매긴다. 친구나 동료들끼리 누가 더 나은 평가를 받는지 내기를 벌이기도 한다.
젊은층들은 검증된 이성을 만날 수 있고 자신의 외모가 어느 수준인지 알아볼 수 있어 유용하다는 입장이다. 대학원생 심모(28)씨는 “기존의 소개팅 앱은 상대방이 정보를 제대로 입력하지 않아도 가입을 승인해 믿기 어려웠는데 매칭시스템이 더 체계적이라 신뢰가 갔다”며 “가입 심사에 성공한 뒤 자신감을 얻어 주변 친구들에게도 가입해보라며 자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외모만으로 사람을 평가해 ‘연애 계급화’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성모(28)씨는 “겉모습만으로 자신의 가치가 평가 당하는 것에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자신 역시 타인의 외모에 점수를 매기는 일에 거리낌 없어 하는 현상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차은정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은 “‘3포·5포 세대’란 말이 등장할 정도로 각박해진 청년들의 사회적 현실이 반영돼 있다”며 “현실 세계에서 얻지 못한 사회적 위상과 명예를 가상의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들에게 외모를 평가 받고 자기 만족감을 충족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남녀간 만남에 있어 외모가 우선순위가 되도록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배제와 차별이 당연시 된 사회적인 구조의 뿌리부터 개선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상훈 아만다 대표는 이에 대해 “소개팅 앱에 있는 이성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일정 부분 가입에 제한을 두는 것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