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다소 맹숭맹숭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1위 사업자의 케이블TV 1위 사업자 인수’에 따른 ‘경쟁제한성 주장’에 SK텔레콤이 구체적인 반박을 피하면서 생긴 일이다. SK텔레콤은 왜 헬로비전을 인수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 합병이후 투자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
CJ헬로비전 인수가 성장 정체에 빠진 국내 통신·방송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SK텔레콤 주장이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통신의 위기는 사업자간에 서로 힘들게 해야만 존재 의미를 느낄 정도로 심각하고, 방송 역시 이익의 지속감소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숙제가 있다”며 “SK텔레콤의 경우 3분기 영업익은 물론 매출까지 전년동기 대비 각각 8.6%, 1.6%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창사이래 최초로 올해 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ICT시장이 수십조 원 규모의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로 인해 점점 더 궁지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의 틀을 바꿔 글로벌에서 공감을 받는 새로운 방송융합으로 가는 것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M&A를 부정적으로 보는 KT의 주장과 ▲김경환 상지대 교수의 SK인수 이후 케이블TV(헬로비전)의 디지털 전환 중지나 품질 저하 우려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했다.
이 상무는 “이번 딜이 일어나도 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의 1위는 KT이고 이동전화 시장은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며 “경쟁사 논거에 대한 적절성 여부는 추후 보다 깊은 토론을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 우려에 대해서는 “더 유의해서 고민하겠다”면서 “인수이후 집중 투자를 통해 케이블과 IPTV 네트워크 및 서비스 고도화, 콘텐츠·신기술 투자 확대‘상생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정부에 상의드리고 고견을 듣고 고민하겠다”고 부연했다.
|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결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경쟁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게 KT주장이다.
김희수 KT(030200)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은 “해외에서 통신기업과 미디어기업간 M&A가 급증하니 이번 딜도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 같은데 15년 전 데자뷰가 있다”며 “2000년 SKT가 신세기 기업결합시 우리나라도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했지만 당시 공정위 조차 내수시장이라며 경쟁제한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 때 미약한 조건을 붙여 지금까지 이동통신시장 경쟁이 고착화된 뿌리가 됐다”고 평했다.
그는 해외 M&A 사례와 이번 SK의 헬로비전 인수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김 부소장은 “M&A가 기업성장의 주요 통로임은 분명하나 이는 개별기업의 지배력이 없을 경우”라면서 “M&A로 형성된 지배력이 강화된다면 경쟁 제한이라는 소비자 피해, 공익과 충돌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융합 추세를 반영해 1996년 통신법 개정 이후 많은 M&A가 진행됐지만 시장구조를 악화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허하거나 제한한다”며, “1위(AT&T)와 4위(T모바일) 통신사간 M&A는 T모바일의 요금인하나 새요금제가 인수로 흡수되는 걸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고, AT&T의 DirectTV(위성방송) 인수 역시 허용했지만 굉장히 많은 조건을 붙였다. 규제당국(FCC)의 숙원인 강력한 초고속인터넷 투자를 조건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SK의 헬로비전 인수와 관련 ▲헬로비전 알뜰폰을 활용한 방송통신결합상품 지배력 확대 우려와 ▲SK와 CJ그룹의 플랫폼-콘텐츠 수직결합시 콘텐츠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했다.
|
LG유플러스(032640)는 미디어는 방송이니 무료인터넷방송(OTT)과 다르고, 통신사가 주도해선 안 된다는 색다른 논리를 폈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는 “SK텔레콤 홈페이지를 보면 ‘국내 1위 미디어 기업을 지향한다’고 돼 있는데 미디어는 소유와 겸영 규제가 있다. OTT와 혼동하면 안 된다. 그러니 글로벌 트렌드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통신기업이 넘버 1을 지향한다고 하면 경쟁제한성이 커진다”면서 “10년 동안 네트워크의 독점성, 수익성으로 통신사 영업이익의 80%를 가져갔는데, 네트워크와 디바이스를 가진 업체가 콘텐츠와 플랫폼까지 한다면 그냥 넘어갈 것인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SK의 헬로비전 인수가 어려운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1위와 케이블 1위가 어떤 시너지가 나는가?”라면서 “케이블에 IPTV 셋톱을 넣고 제2의 접시없는 위성방송(DCS)이다 하면 헷갈리는 일”이라면서 “정책판단 고려 없이 허용되면 국가적인 재앙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410만 명에 달하는 헬로비전 유료방송 가입자에 대한 SK 이동통신의 순차결합 문제 ▲케이블방송과 IPTV에 대한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를 철학으로 하는 통합방송법의 국회 통과 시 법취지를 살리려면 헬로비전 권역에서의 SK브로드밴드 점유율 제한 필요성 ▲주식취득 인가나 합병인가 전 채널 재편 논의 불가 등을 화두로 제시했다.
▶ 관련기사 ◀
☞ CJ헬로비전 "매체간 균형발전? 800만 명이 KT로 갔다"
☞ SK-헬로비전 인수, 정부·국회는 '예열중'..기대와 우려 공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