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벨상 열패감을 어떻게 풀 것인가

논설 위원I 2015.10.08 03:00:00
일본 과학자들이 올해도 노벨상 수상자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오무라 사토시(大村智) 기타사토대 특별영예교수가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데 이어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 도쿄대 교수가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중국도 전통의학연구원 투유유 교수가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대만이 이미 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점에서 이웃한 나라들 중에서는 우리만 소외되는 느낌이다.

오무라 사토시 · 가지타 다카아키 /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의학·과학 분야에서 벌써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물리학상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연거푸 수상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과학 강국의 면모를 여실히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럴수록 우리의 열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무리 무관심한 척하려고 해도 스스로 얼굴을 들기가 어렵다. 아직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민족적 자존심이 꺾이는 것은 유독 일본에 대해서는 얕잡아 보려는 우리의 집단 감정 때문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일본이 저지른 잘못이 적지 않고, 아직 양국 간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장점조차 일부러 과소평가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해마다 이 무렵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반복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는 연구 풍토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도 그렇거니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한 우물을 파고들었던 수상자 본인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생리의학상을 받게 된 오무라 명예교수가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3배나 더 많이 실패했다”고 밝힌 데서도 그러한 열정이 느껴진다. 중국 투유유 교수가 박사 학위자도 아니고 외국유학 경험이 없다는 사실도 기억할 만하다.

여기에 비한다면 우리 연구 풍토는 연구비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흔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초분야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역대 정부가 연구개발 혁신, 기초과학 집중투자 등의 목표를 내세우고도 거의 구호로만 그쳤던 사실도 반성해야 한다. 산업 분야의 실적이 늘어나더라도 원천 기술의 뒷받침이 없다면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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