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서울 강서구에서 10년 넘게 밴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의 사무실 한쪽 벽은 대형 캐비닛 3개가 차지하고 있다. 이 캐비닛 안엔 사업자등록증·신분증·통장 사본 등 가맹점주들의 개인정보를 담은 수만 건의 서류가 보관돼 있다. 보관함에 따로 자물쇠도 채우지 않는다. 종이 파쇄기가 없어 오래된 서류는 쓰레기통에 무작정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씨는 “엄격히 따지면 밴대리점이 가맹점과 밴대리점 사이에 맺은 계약서 한 장 외 가맹점주의 개인정보를 담은 서류까지 보관해선 안 된다”며 “업무 편의를 이유로 대지만 실상은 개인정보가 돈이 되기 때문에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밴대리점이 보유한 가맹점주의 개인정보는 업종, 매출, 나이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정보의 가치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개인정보를 넘긴 대가 역시 큰 데다 걸릴 위험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밴대리점서 개인정보 술술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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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대리점은 가맹점주를 대행해 국내 카드사 8곳에 필요 서류를 제공한다. 카드사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개인사업자는 보통 7장의 서류를 준비한다. 가맹점신청서, 사업자 등록증, 주민등록증 사본, 통장사본 등이다. 법인사업자는 여기에 법인 등기부 등본 등 총 10장의 서류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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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도 밴대리점으로부터 관련 서류만 제공받을 뿐 밴대리점이 이 서류를 1부 더 복사해 보관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권리는 없다”며 “다만 모든 업무가 종이서류를 통해 이뤄지다 보니 중간에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큰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데일리가 밴 사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동영상을 보면 한 밴대리점의 쓰레기통엔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가 뭉치로 버려져 있다. 밴사 고위관계자는 “가맹점주의 개인정보가 허술하게 관리되다 보니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 우려도 상당히 크다”고 강조했다.
당국·카드사 뒷짐 만
밴사에 대한 관리·감독 규정을 담은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밴대리점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 개정안에 밴대리점의 정보 유출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실효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업계는 본다.
밴대리점이 가맹점주의 개인정보를 보관해도 아무런 법률적 제재가 없는데다 정보를 매매하는 행위는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실태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특히 밴사외에 밴 대리점은 금융감독원의 검사권이 미치지 않는 실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도 이런 사정을 대략 알고는 있지만 밴대리점에 대해선 검사권한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가맹점 모집을 전적으로 밴사와 밴대리점에 맡긴 카드사들의 경우 지난해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터진 후 기존 가맹점주 모집방식을 개선해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존 종이서류를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방식에서 전산으로 모든 서류를 처리하는 온라인 기반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예컨대 밴대리점이 태블릿PC를 이용해 서류를 접수받고 카드사에 전송하면 기존에 보관돼 있던 서류는 자동으로 삭제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에 일부 카드사는 비용 문제를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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