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근대 산업시설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하면서 강제 징용의 현장까지 두루 포함시킨 것은 유감이다. 식민침략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시도 자체가 역사 왜곡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조선 젊은이들을 강제로 끌고가 노역을 시켰던 어두운 과거도 희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문제는 이 지경이 되도록 사태를 방치한 우리 정부의 안이한 태도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월 하시마를 포함해 모두 23개 시설을 산업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이후 어떠한 대응 전략을 구사했는지 묻고자 한다. 최근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일본과의 과거사 마찰에 있어 대응하는 모습이 한결같이 이런 식이다. 우리의 명백한 실책인데도 자화자찬의 평가가 나오는 ‘우물안 개구리식’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유네스코 당국도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침략전쟁의 전범국이자 식민정책의 가해자였던 일본의 어두운 역사를 ‘근대화의 현장’으로 미화시켜 준다면 유네스코 활동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 국민의 입장을 떠나 역사의 정의를 추구하는 세계의 눈길이 유네스코 당국의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