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오는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대(對)독일 승전 70주년 기념(전승절) 행사에서 만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자리에는 주최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일본 총리까지 참석할 가능성이 있어 한반도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관계 재정립을 위한 대화의 장이 마련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청와대와 외교당국은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에 나선 가운데 2005년 승전 60주년 기념식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석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도 참석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한도 북·러 관계 정립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한편 국제적 고립을 피하는 방편으로 김 제1비서의 러시아행을 추진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러시아 역시 김 제1비서를 초청하면서 동북아 정세에 대한 발언권을 높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월 중에 남북 간 상호 관심사를 두고 대화하자고 북측에 공식적으로 제의한 바 있다. 이는 박 대통령과 김 제1비서가 만나기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북한이 우리 정부가 내민 손을 잡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들어 우리 정부와 대화의 재개하고자 하는 분위기는 형성되고 있으나 덜컥 대화에 나설 경우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기저에 깔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고위급 회담과 함께 박 대통령과 김 제1비서가 격식 없이 자연스레 만나는 방식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자외교 자리인 만큼 두 정상이 별도 회담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짧은 대화만이라도 이뤄진다면 꽉 막힌 남북관계를 깨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과 김 제1비서의 만남이 한반도 문제를 남북이 주도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식루트뿐만 아니라 물밑 접촉을 통해서라도 신뢰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을출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측이 1보 후퇴를 통한 2보 전진을 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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