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한국거래소가 한맥투자증권의 파생상품 착오거래와 관련해 이익금 반환에 나섰지만 이익금을 챙겨간 외국계 헤지펀드와 제대로된 협상 한번 못 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총 460억원 규모의 손실로 인해 한맥투자증권의 증권업 인가가 취소되기 직전까지 석 달 동안 협상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던 것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7월부터 10월 초까지 350여억원의 착오거래 이익금을 챙겨간 캐시아캐피탈과의 반환대금 협상권을 위임받았다. 반환주체는 착오거래를 한 한맥투자증권이지만, 부실금융기관 지정으로 임원의 직무가 정지돼 있고 캐시아캐피탈이 한맥투자증권과의 협상을 원치 않아 거래소가 대신 협상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거래소에 책임감 있게 협상을 진행하라는 뜻을 전한 것도 협상권을 위임받게 된 계기가 됐다.
그러나 거래소는 올해 7월부터 협상을 진행한 석 달 동안 캐시아캐피탈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에 반환받고자 하는 착오거래 금액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상권은 위임받았지만, 반환받을 금액까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위임받지 못했다는 게 거래소 측 설명이다. 또 당시 한맥투자증권이 착오거래 이익금 전액을 반환받는 데서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은 것도 협상의 여지를 좁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환협상 권한을 위임받은 거래소가 캐시아캐피탈 측에 반환받을 금액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낸 데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한맥투자증권 관계자는 “거래소는 해외 거래소 네트워크 등 캐시아캐피탈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았지만, 도리어 캐시아 쪽 눈치를 보느라 어떠한 카드도 제시하지 못 했다”며 “석 달 동안 협상다운 협상 한번 제대로 못 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거래소 관계자는 “한맥투자증권이 캐시아캐피탈을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캐시아캐피탈이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는 바람에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협상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해서 구체적인 반환금액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전권을 위임받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거래소는 한맥투자증권이 파산결정이 난 뒤부터 다시 캐시아캐피탈과의 반환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반환주체인 한맥투자증권이 파산한 뒤부터는 회원사들의 동의를 받아 전권을 갖고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추후 회원사들이 반환협상을 계속해서 진행하는 데 동의를 해줄지도 미지수라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법원이 한맥투자증권의 파산을 결정하면 그때부터 회원사 동의를 받아 반환협상을 다시 진행할 것”이라며 “다만 협상을 진행하는 데 따른 비용이 추가로 들 수 있어 회원사들이 동의할지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