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고속은 금호터미너널 등 계열사를 동원해 인수할 수 있지만 금호산업의 채권단 보유지분(지분율 57.6%)은 박 회장이 사재를 털어야 한다. 사재 동원력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박 회장으로선 그룹의 지주사격인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우호적인 FI(재무적 투자자) 동원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
24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금호고속 매각주관사인 메릴린치는 지난달 초 인수후보군에 티저레터(teaser letter·투자 유인서)를 보낸 데 이어 다음 달 중 예비입찰을 할 예정이다. 금호고속은 고속버스 렌털(전세버스) 업계 1위 업체로, 최근 시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알짜 매물’로 인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로선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을 가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다. 시장에서 평가되는 금호고속의 매각가는 약 5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터미널이 지난해 광주 신세계 부지를 임대로 받은 5000억원의 자금 등 인수 여력이 충분하다는 태도다.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권 대출 또는 FI를 동원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만큼 전방위적으로 자금모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룹 모태인 금호고속과 함께 최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산업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박삼구 회장으로선 지난 2012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체됐던 그룹 계열사를 동시에 되찾아올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특히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박 회장은 반드시 이 회사를 인수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주식 30%를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이 다른 곳에 매각되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도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약 3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지분 인수 자금을 박 회장이 마련할 수 있느냐다. 금호고속은 계열사를 통해 인수할 수 있지만 금호산업 지분은 박 회장이 사재를 털어야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착수하기에 앞서 오는 26일 예정된 제주 ICC 항소심 결과도 변수다. 금호산업이 패소할 땐 매각작업이 지연되거나 경영정상화 방안 자체가 전면 재검토되는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약 3000억원(지분율 57.6%, 시가 기준) 정도의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박 회장 사재로만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모펀드(PEF) 등 FI를 모집해 컨소시엄 형태로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경영권 회복을 위해 선뜻 박 회장과 손을 잡을 FI가 있느냐가 문제”라며 “여기에 오는 26일 금호산업이 책임준공협약을 맺으며 시공했던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관련 항소심 결과에 따라 실제 금호산업의 매각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라고 지적했다.
실제 금호산업이 제주 ICC 관련 항소심에서 패소하면 6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금과 함께 다른 금융회사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까지 고려하면 총 2000억원 정도를 제주ICC 대주단에 물어줘야 한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은 패소하더라도 재무적 손실은 크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충당금을 이미 충분히 쌓은 데다, 경영여건 등이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제주ICC 소송 패소 가능성에 대비해 이미 800억원 수준의 충당금을 쌓아 큰 문제는 없다”며 “다른 금융회사가 소송을 제기하면 이에 대한 충당금도 적립한다고 가정할 때 금호산업 매각 작업에는 큰 변수가 되지 않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도 제주ICC 항소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달 초부터 6주간 금호산업에 대한 재무실사작업을 벌인 후 워크아웃 재연장 또는 졸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특히 워크아웃 졸업 후에는 블록딜 매각이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해 제주 ICC 관련 항소심에서 패소하더라도 재무적 손실 등을 판가름한 후 매각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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