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적연금 개혁 왜 자꾸만 미적대는가

논설 위원I 2014.08.07 06:00:00
지난해 국민의 혈세 3조 3000여억 원이 공적연금(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적자를 메우는 데에 사용됐다고 한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36만여 명에게 9조원을 연금으로 지급했는데, 이 가운데 2조원을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했다. 군인연금도 6만여 명에게 2조원의 연금을 지급했는데 이 중 1조 3000억원이 세금이었다. 정부는 올해도 4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세금을 들여 공적연금의 적자를 메워줄 예정이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적자 규모가 2001년에 599억원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2조원으로 커졌다. 2024년에는 연간 적자액이 1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적연금은 막대한 세금을 빨아들여 흔적도 없이 해치우는 ‘세금 블랙홀’이 됐다. 이를 방치하면 나라 재정이 거덜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공적연금과 국민연금 간의 불평등 구조를 생각하면 대다수 국민들은 울분이 치솟을 것이다. 30년 근무 후 퇴직한 경우를 비교하면 공무원(국장급)과 군인(대령급)이 일반인(월평균 소득 300만원)보다 4배 정도 연금을 더 받는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과 군인은 귀족인가. 아니라면 이 같은 불평등을 시정해야 한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없애려고 하는 ‘비정상’의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이를 그냥 두고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거론할 명분이 없다.

공적연금의 개혁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개혁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제 살 깎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정부는 미적거리기만 하고, 국회는 정부 눈치만 살피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올 상반기 중에 개혁안을 마련하고 연내에 관련 법 개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일정표를 제시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개혁은 집권 전반부에 해내지 못하면 완수하기 어렵다. 기득권을 빼앗는 것인데다 우리 사회 내의 막강한 파워집단인 공무원과 군인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개혁의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시한이 길지 않다. 정부는 빠른 시일 안에 공적연금의 개혁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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