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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팽목항이 된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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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형 기자I 2014.05.29 06:01:00
[이데일리 이도형 기자] “당신 자식이 세월호에 빠져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직 바다에 있는 아이들도 있어요!”(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국회 의원회관은 진도 팽목항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가장 한 순간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사람들. 아직 바다에 남아있는 이를 기다리는 사람들. 후유증에 시달리는 살아돌아온 이를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이 지난 27일 국회에 모였다.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실시계획서의 의결이 국회에서 통과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그들을 맞이한 것은 계획서 의결이 실패했다는 소식이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계획서 안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 증인을 명시하느냐를 두고 씨름을 거듭했다. 정치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책임을 지고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정치는 초기 팽목항과 비슷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에 분노를 터뜨렸다. 분노에 여야 지도부는 가족들이 모인 의원회관 대회의실로 달려왔다. 정치인들은 고개를 숙였고 ‘죄송하다’고 했다.

죄송과 책임은 연결되지 않았다. 그뒤에도 여당은 팽목항의 공무원들처럼 ‘법과 관행’ 때문에 야당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야당은 여당을 비판하기만 했다. 하루가 지난 28일 아침에도 여야는 각자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동안 피해자 가족들은 하룻밤을 지새웠다. 회의실 의자와 의자사이에 이불이 펼쳐졌다. 거기에 몸을 뉘여 환한 불빛 아래에서 잠을 잤다. 팽목항이었던 국회 의원회관은 새벽에는 진도 체육관으로 변했다.

하룻밤을 지샌 가족들은 국정조사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국회에 있겠다고 선언했다. 가족들은 이미 기다림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들은 “진도체육관, 팽목항, 청와대까지 그리고 국회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고 했다.

정치인들은 옷깃에 노란리본을 단 것 이외에는 한 일이 없었다. 그동안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인들은 제 2의 세월호 참사를 방지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이틀간의 모습을 보면 그 다짐을 실현하기란 아직 요원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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