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납세자의 날과 세금 혐오증

안혜신 기자I 2014.03.04 06:10:00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국세청 조사국의 사기가 심각할 정도로 떨어졌다. 업무도 고되지만, 일을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을 먹기 때문이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한 국세청 관계자의 한탄이다. 국세청 조사국은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로, 국세청 내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 조사국이 최근에는 기피 부서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는 세금을 둘러싼 납세자와 정부의 ‘불신과 혐오’가 극에 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해였다.

공약 수행 과정에서 부족한 세수 확보를 위한 국세청의 행보에 ‘서민만 잡는다’, ‘무리하게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원성이 쏟아졌다.

국세청이 최근 들어 불합리한 과세 차단을 위해 과세 내역 사전 검증 및 과세 품질 인사 반영 등을 통해 부실과세 관리 강화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러한 성난 민심을 다분히 의식한 처사다.

국세청은 올해 들어 세무조사 건수와 기간을 축소하고, 사후검증도 축소하는 등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때마침 지난 3일은 올해 48회째를 맞는 ‘납세자의 날’이었다. 정부는 한 해 동안 세금을 성실하게 낸 모범납세자를 선정,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통해 이들에게 상장을 수여한다.

정부가 매년 모범납세자를 선정해 요란하게 수상하는 것은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사람이 손해 보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물론 이는 성실한 세금 납부가 ‘상을 받아야 하는 특별한 일’이 아닌 ‘너무도 당연한’일인 일반 국민에게는 다소 이해가 어려운 행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이런 당연한 납세행위에 ‘모범납세자’라는 이름을 붙여서 매년 수상할 만큼, 아직도 우리 사회에 탈세와 탈루가 만연해있다는 얘기도 된다.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대다수 선량한 납세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일부 불성실 납세자들의 탈세와 탈루행위는 뿌리 뽑혀야 마땅하다.

세정당국도 공평한 과세로 납세자의 성실납부에 보답해야 한다. 매년 돌아오는 납세자의 날이 상장수여와 홍보대사 위촉 등의 형식적인 행사로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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