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부회장 "브이소사이어티 때 창조경제 활짝"..신산업 찾아야

김현아 기자I 2013.04.30 06:05:19

"자동차 개조업 허용이 바로 창조경제..낡은 규제 바꿔야"
"계열사 부당지원 시 부당이득 엄정과세해야"

[대담=이데일리 남궁 덕 총괄부국장 겸 산업1 부장/정리=김현아 기자]

“브이소사이어티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만든 모임이었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창조경제’를 갈망하던 모임이었던 거죠.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브이소사이어티 같은 모임을 많이 만들어져야 하고, 거기서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29일 이데일리 남궁 덕 부국장과의 대담에서 “창조경제는 어려운 게 아니라 새로운 산업, 직업,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의 시장, 직업, 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브이소사이어티는 지난 2000년 재벌 2세들과 성공한 벤처 사장들이 모여 e비즈니스를 공부하던 모임이다. 재벌 2세들은 창업정신을 배우려고 1주일에 한 번씩 세미나에 참석했고 벤처 CEO들은 인재를 키우는 대기업의 비법을 들으려 했다. 모임 멤버들은 당시 인터넷뱅킹업체를 세워 신산업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전경련을 ‘국가 경제를 생각하는 대기업의 모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프레임을 뒷받침하고 동시에 사회통합에 대기업들이 나설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 행복을 위한 경제성장 엔지의 재점화에 전력하는 동시에, 국민 눈높이에서 더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의미다.

[이데일리 권욱 기자]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인터뷰
◇창조경제는 상생이고, 신산업이다

이 부회장은 “(정체에 빠진)농업에서 창조경제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머물지 않고, 농업의 기업화를 의미한다”며 “1인 농장주나 공동 브랜드 수준으로는 외국의 글로벌 대형 농장과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기업들로부터 농촌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받은 뒤 각 지역 특성에 맞게 접목할 수 있다”며 “농업의 과학화는 창조경제의 큰 화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생에 대한 철학도 공개했다. “네덜란드 필립스 같은 대기업은 광원을, 중소기업은 등기구를 만들어 하나의 전등이 되듯 같은 업종 내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하면서 발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도 동반성장의 분명한 개념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과도하게 중소기업형 사업과 대기업형 사업을 구분 짓는 일은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어떤 사업 분야에 대해 통째로 중소기업 것이라고 쉽게 결정하면 성공하지 못하고, 글로벌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얼마 전 출범한 전경련창조경제특별위원회의 활동에 대해서는 “창업 활성화를 위한 펀드 구성은 개별 기업차원에서 하고 전경련이 총괄할 계획은 없다”며 “신산업 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개선을 건의하고, 아이템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자동차 개조를 금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자동차 개조업 시장은 연간 5조 원 정도 된다”며 “우리나라는 자동차 강국이어서 최소한 1조 원 시장은 만들어지는데, 우리는 낡은 규제 때문에 옷으로 치면 기성양복만 입게 하고 맞춤형은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을 이용한 관광 산업 육성에 대해서도 아이디어를 내왔다. 이 부회장은 “산을 등산하는 것으로 만족하는데 너무 원시적”이라면서 “환경보호를 전제로 국립공원 등에서 말을 이용한 피크닉 코스를 만들거나 산악자전거를 활용하는 등 지역에 특화된 산악형 레저타운을 만들 수 있다. 그 마스터 플랜을 짜고 주요 국립공원에 비딩하고 투자하고 규제 풀고 하는 일이 바로 창조경제”라고 말했다.

◇계열사 부당지원시 부당이득 엄정과세하면 돼

이 부회장은 “대기업이 (계열회사에)부당한 이익을 몰아줬을 때 엄정하게 과세하는 등 강력하게 처벌하면 된다”며 “그렇지만 계열사 거래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분위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속도위반하는 차, ‘과속스캔들’하는 차만 잡아야 하는데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시속 50km 이상까지 잡으려 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는 “헌법에는 시장경제 조항(제 119조 1항)과 경제민주화 조항(제 119조 2항)이 있는데, 경제민주화 브레이크만 심하게 밟으면 차가 안 나간다”면서 “규제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런 정책적 분위기 탓에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면 창조경제도 꽃피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데일리 권욱 기자]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인터뷰


◇사회통합에 관심..한경연은 이론탱크에서 벗어나야

전경련은 내달 조직혁신을 위한 씽크탱크인 전경련발전위원회(가칭)를 발족한다. 이 부회장은 “우리가 말하는 게 국민에게 설득력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우리 말을 믿어줘야 하고, 그러려면 신뢰가 있어야 하기에 학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전경련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조직도 개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전경련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까지 공개한다는 각오다.

그는 “허창수 회장과 매주 이런 문제를 상의한다”며 “전경련이 국민에 신뢰받는 집단으로 거듭나면 4대 그룹 회장들도 자주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부회장은 “사회공헌은 장애인이나 고아원을 돕고, 어린이집을 짓고 그런 일이라면, 사회통합은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간 분쟁이 있을 때 양쪽 의견을 모두 들어보고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입장만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게 아니라, 재래시장이 생존할 수 있는 대안들을 함께 고민하고 제시한다는 얘기다. 그는 재래시장의 고민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직접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팔면서 활성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재래시장의 수수수료율이 더 낮아지고 반품이나 환불, 배달이 잘되며, 더 친절하고 청결해지면 스스로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을 좀 더 현실참여적인 연구조직으로 바꾸는 것도 관심이다. 이 부회장은 “한경연은 너무 공중에 떠 있다”면서 “진정한 재계의 씽크탱크가 되려면 ‘안 된다’는 비판 일색의 보고서에서 벗어나 뭔가 미래 사회에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긍정형의 씽크탱크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철 부회장 약력

자유주의 시장경제 신봉자로, 탄탄한 논리에 빼어난 말솜씨를 갖추고 있다. 30대였던 1992년부터 방송에 출연해 정부의 잘못된 행정규제를 비판해 온 ‘재계의 입’이었다.

1990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을 시작으로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상무)을 거쳐 전경련 전무를 6년간 역임했다.

이 부회장은 종종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과 비교된다. 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자유기업원 초대 원장을 거쳐 2001년 공병호경영연구소를 설립한 공병호 씨와 달리, 이 부회장은 2007년 만 48세의 나이에 전경련 전무로 승진했고, 지난 3월 상근 부회장이 됐다.

상근 부회장으로 내부 승진이 이뤄진 것은 고 최종현 회장(SK(003600) 회장)시절인 조규하 부회장(1993년~1994년) 이후 처음이다. 공식 직함만 국민연금공단 이사와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사, 한국의료지원재단 이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이사, 한국규제학회 이사 등 50여 개다. 재계는 물론 정계·학계· 언론계에도 통하는 마당발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열린우리당 전자정당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일대일로 사람을 만나길 즐기는 이 부회장은 아침 조찬에 맞춰 집에서 나와 저녁 10시 넘어 퇴근할 때까지 하루에 9명 정도 만난다. 그는 “널리 알려진 지식을 담은 책은 현장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며 “내 지식의 소스는 사람이고, 둘째는 신문”이라고 말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가격 규제(공저)’와 ‘내부거래의 경제분석과 경쟁정책’, ‘서비스산업의 뉴라운드 대응전략’, ‘공정거래경제학’, ‘디지털경제학’ 등이 있다.

▲경기고 ▲고려대 경제학과 ▲미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석·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전경련 기획본부장겸 지식경제센터 소장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 ▲전경련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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