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올 들어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수분양자와 시행사 간 소송이 벌어지는 등 집단대출 분쟁이 크게 늘면서다. 국민행복기금의 수혜를 입기 위해 대출자들이 일부러 빚을 갚지 않은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영향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99%로 지난해말의 0.81%에 비해 0.18%포인트 올랐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74%에서 0.94%로 0.2%포인트 악화했다.
이는 집단대출 연체율이 1.98%로 0.47%포인트가 올라 통계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집단대출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42%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제한 신용대출 연체율 역시 1.1%로 전월 대비 0.16%포인트 올랐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이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킨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르면 이달 중 출범할 예정인 국민행복기금이 6~12개월 이상 연체자에 한해 신용회복을 지원하는 만큼 수혜를 보려고 일부러 빚을 갚지 않고 있는 대출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1.34%로 전달의 1.18%에 비해 0.16%포인트 올랐다. 대기업대출 연체율 0.88%은 0.02%포인트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1.5%로 0.23%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모두 합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1.17%로 전달의 1%에 비해 0.17%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은 1107조원으로 7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 잔액은 취득세 감면혜택이 종료하면서 주택구매 수요가 줄어 461조원으로 3조4000억원 줄었다. 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은 각각 1조7000억원과 3조2000억원 늘어난 158조4000억원과 46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권창우 금감원 은행감독국 팀장은 “국내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고, 선진국의 재정 감축과 정책 불확실성 확대하면서 대내외 불안요인은 여전하다”며 “가계부채와 건설업 등 취약부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부실여신의 조기 정리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