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뱅가드 발 악몽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맷집도 꽤 단단해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요즘처럼 사려는 손길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부담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인덱스펀드 운용사인 뱅가드는 지난 10일 22개 인덱스 펀드의 벤치마크 변경 일정을 공지했다. 최초 시행일은 이날이며, 오는 7월3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 주식 일부를 파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서 FTSE로 갈아타는 6개 인터내셔널 펀드 중 한국주식은 뱅가드 MSCI 이머징마켓 상장지수펀드(ETF)에 포함돼 있다. MSCI에서 한국은 이머징마켓지수에 편입돼 있지만, FTSE에서는 선진국지수에 들어가 있어, 변경 땐 약 10조원의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이 탄탄해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외국인 수급 자체가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박세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지역의 자금 흐름을 보면, 지난주까지 18주 연속 순유입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시장 배분강도는 약해지고 있다”면서 “일본, 인도에 이어 3번째였지만, 최근 5번째로 밀려났는데, 뱅가드 발 영향이 공식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뱅가드의 벤치마크 변경은 상당한 리밸런싱을 수반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미치는 파장효과가 매우 큰 편”이라면서 “최근 코스피의 거래대금이 4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는 만큼 뱅가드의 영향을 무시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뱅가드 이머징 마켓 ETF의 설정액은 60조원 가량으로, 이 중 한국 비중은 15%인 9조원 가량”이라면서 “매일 4%씩 매도한다고 치면 약 3600억원이 매물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매물이 집중되는 시가총액 상위주를 비롯해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종목을 주의하라고 조언했다.
최 연구원은 “국가별 비중으로 보면 중국과 대만은 각각 3%와 2%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비중 감소로 브라질과 남아공 역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한국의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달 말에서 내달 초까지 주의해야 한다”면서 “매물이 몰리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종목으로는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SK하이닉스(000660) 신한금융지주(055550) KB금융(105560) 등을 꼽았다. 박 연구원은 “외국인의 지분율이 높고 거래량이 적은 종목이 외국인 매도 충격이 클 것”이라면서 “신세계(004170) 남양유업(003920) CJ제일제당(097950) 오리온(001800) 아모레G(002790) 아모레퍼시픽(090430) 한국콜마(161890) 롯데제과(004990) 한라공조(018880) 등 유통, 화장품, 음식료, 자동차부품 업종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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