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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어디 첫 술에 배부르랴`

이정훈 기자I 2011.10.08 06:23:30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전날(6일)까지 뉴욕증시가 사흘간 오름세를 이어가자 성급한 쪽에서는 `베어마켓랠리(약세장에서의 반등랠리)`를 외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다음날인 오늘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9월 고용지표가 개장전부터 발표되자 이같은 낙관론자들의 기대가 현실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계속되는 반등 시도는 이 정도 수익에 만족하는 차익매물에 번번이 좌절됐다.

`첫 술에 배부르랴`는 우리 속담이 딱 들어맞는 상황인 듯하다. 그리스 사태건 유럽 은행들의 자본확충 문제건, 미국의 경제지표 호전이건 이제 막 희망의 빛을 보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큰 반등장을 기대하긴 이르다.

그나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기준으로 두 달 가까이 1100~1200선의 넓은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 해도 안도해야할 상황일 것 같다.

유럽쪽 상황이 다시 나빠지지 않을지 좀더 근신해야할 것이고, 1주일간의 지표 호전이 다른 지표의 개선으로 파급될지도 좀더 지켜봐야할 것이니 우리에겐 시간이 더 필요하다.

라자드캐피탈마켓의 아트 호건 상품전략헤드는 "이번주 경제지표들은 대체로 예상보다 더 좋은 모습이었지만 대부분 시장에서 무시됐다"며 "이로 인해 더블딥 우려가 약화됐다는 건 좋은 소식이고 지금 누구도 그리스외에 미국경제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건 나쁜 소식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 지수대는 과매도도, 과매수 국면도 아니며 주말에 있을 뉴스플로우를 봐야 방향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슈왑금융리서치센터의 브래드 소렌슨 이사는 "고용지표는 낮은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을 뿐이었고 실업률을 낮출 만큼 높지도 않았다"며 "리세션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줬기에 분명 호재이고 앞으로 점차 시장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랙록의 루스 쾨스터리치 수석스트래티지스트는 "투자자들은 아주 예민해져 있고 유럽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미국경제는 실업률을 낮추지 못할 만큼 아주 충분히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UBS의 크리스 아렌스 채권전략헤드는 "미국경제가 리세션으로 갈 것이라고 부르짖던 비관론자들이 잠잠해지고 있다"며 "만약 고용이 이처럼 안정세만 유지한다면 기업과 가계의 자신감 역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대적으로 더 희망적이었다.

반면 블랙베이그룹의 토드 쉔버거 이사는 "이 지표 하나로 앞으로 추세적인 고용 개선을 말하기 어려울 것이며 이 정도로 미국인들이 반가운 소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톤을 낮췄다.

결국 투자자금도 단기간에 증시로 적극 유입될 여지는 크지 않을 듯하다. 가격 메리트에 따라 들고 나는 일을 반복할 뿐일 것이다.

셰퍼스인베스트먼트리서치의 토드 샐러먼 리서치이사는 "오늘과 같은 기술적인 매도로 인해 지수는 고점을 차츰 낮춰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증시 주변에 대기자금은 많지만 여전히 주식비중은 지난 2009년 3월 때보다 낮으며 많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주식을 크게 늘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커먼펀드의 마이클 스트로스 수석스트래티지스트는 "유럽쪽 악재들이 여전히 많다"며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오늘 나왔지만 앞으로도 강등 가능성은 더 많은 만큼 신중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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