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뉴욕 증시가 9일(현지시간) 거래를 혼조세로 마감하며 방향성 탐색을 지속했다. 고용지표가 개선되며 경제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감세정책 연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주가 상승을 제한했다. 달러가 강세를 이어간 점도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2.42포인트(0.02%) 하락한 1만1370.06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6.95포인트(0.27%) 상승한 2616.11을,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4.72포인트(0.38%) 오른 1233.00을 각각 기록했다.
개장 전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월가의 예상보다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줬다.
또 10월 도매재고가 7개월 최고로 치솟으며 연말 쇼핑시즌 소비 회복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아일랜드의 국가신용등급을 3단계 하향한 여파로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고, 채권시장이 사흘만에 강세로 돌아선 영향으로 주식시장의 강세는 제한됐다.
이어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감세정책 연장안 상정을 거부하기로 결의하는 등 감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아울러 미국의 모기지 금리가 4주째 상승세를 지속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가뜩이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주택시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됐다.
이에 따라 나스닥 지수와 S&P500 지수는 상승폭을 축소했고, 다우 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업종별로는 은행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미국 3위 화학업체인 듀퐁의 실적 전망치가 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급락한 영향으로 상쇄됐다.
◇ 금융주 강세..듀퐁 급락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블루칩 가운데 17개가 상승했고, 13개가 하락했다. 듀퐁과 맥도날드, 보잉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S&P500의 주요 업종 가운데서는 금융, 통신, 소비재 관련주가 강세를 나타냈지만,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다.
경제 회복 기대감을 반영하며 씨티그룹이 1.02%, 모간스탠리가 0.91% 오르는 등 은행주 강세가 두드러졌다. 보험업체인 AIG는 부채 상환 계획을 구체화한 효과로 13.17% 상승했다.
바클레이즈의 자산운용사 투자의견 상향도 금융주에 호재가 됐다. 재너스캐피털, 와델앤리드, 레그메이슨 등이 2~4%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달러가 강세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는 소폭 상승했다. 이로 인해 알코아, 프리포트맥모달 등 원자재주와 셰브론, 엑슨모빌 등 에너지주도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듀퐁은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주당 3.10달러로 재확인하고, 2011년 전망치를 월가 기대보다 낮은 3.30~3.60달러로 제시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듀퐁은 1.15% 하락했다.
◇ 경제지표 개선세 지속
경제지표는 계속해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며 미국 경제 회복세가 느리게나마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전주대비 1만7000건 감소한 42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인 42만5000건을 밑도는 수준으로, 그만큼 실업자 수가 줄었다는 의미다.
변동성을 줄인 4주 평균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42만7500건으로 줄어 지난 2008년 8월 이후 가장 적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0월 도매재고는 전월대비 1.9% 증가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8% 증가를 두 배 넘게 웃도는 수준이다. 9월 도매재고는 당초 발표치보다 높은 2.1% 증가로 상향 수정됐다.
예상보다 높은 도매재고 증가율은 도매업체들이 연말 쇼핑시즌 판매 호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 모기지금리 4주째 상승
미국의 모기지 금리가 4주째 상승세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레디맥은 30년물 모기지 금리는 이번주 4.6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개월 전만 해도 모기지 금리는 4.17%에 그쳤지만, 감세정책 연장 등으로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모기지 금리가 따라 올랐다.
일부 전문가들은 모기지 금리의 상승으로 인해 주택시장의 침체가 더 길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금리가 바닥을 친 것으로 생각한 투자자들이 주택 구입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